맛의 미로 '이촌동'에서 만난 식당 4

이성균 기자 2023. 9.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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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의 매력은 맛의 밀집도가 높다는 점이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도 또 다른 공간이 식객들을 반긴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맛의 미로인 셈이다.

이촌종합시장

●맛 탐방 전 워밍업
헬카페 스피리터스

미식 여행에 앞서 근사한 카페에서 예열하는 건 어떨까. 헬카페 스피리터스는 헬카페 로스터즈의 두 번째 매장으로 커피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낮은 조도와 짙은 갈색의 우드톤 인테리어가 특히 매력적이다. 혼자 오면 카운터 좌석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헬카페 스피리터스 내부
융드립

이 공간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좋은 커피를 곁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는 클래식 카푸치노와 헬라떼, 아메리카노이며, 밸런스 원두와 강배전 원두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드립은 진한 맛을 선호한다면 추천한다. 적당히 쓰고, 은은한 단맛이 있는 커피다. 융드립으로 내려주는데, 3가지 농도(60cc, 120cc, 150cc)의 따뜻한 커피와 중간 농도의 아이스 커피가 준비된다. 디저트로는 티라미수와 치즈케이크 2가지만 있는데 꽤 준수해 다른 메뉴가 생각나질 않는다.

티라미수와 커피
위스키와 하이볼, 진토닉 등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위스키와 하이볼, 진토닉 등 주류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고독한 직장인에 빙의해 퇴근 후 간단한 한 잔으로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는 것도 추천한다.

●일본으로 순간 이동
미타스

이촌동은 일식이 강한 곳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되면서 일본 공무원, 기업 주재원, 언론사 특파원을 비롯해 많은 일본인이 이촌동에 둥지를 텄다. 자연스럽게 이촌동은 한국 속 작은 일본이 됐고, 식문화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야키토리, 이자카야, 일본식 덮밥, 스시 등 다양한 일본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미타스 사시미
미타스 카운터 좌석

일본의 분위기가 짙은 미타스도 그중 한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일본으로 여행 온 것과 다름없는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아담한 이자카야로 테이블 3개와 6~7명이 앉을 수 있는 카운터로 구성돼 있다.

전갱이 튀김
가케소바

메뉴도 일본 이자카야에서 볼 법한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사시미, 야끼니꾸, 아지후라이, 멘치카츠 등이 있으며, 백명란구이, 감자샐러드, 계란말이 등 간단한 안주도 있다. 술 종류도 생맥주, 하이볼, 사케, 일본 소주 등 알차게 구성돼 있다. 취할 정도로 마시고 놀았다면 마지막으로는 따뜻한 가케소바나 시원한 토로로소멘으로 마무리하면 좋다.

미타스 주방

참고로 TV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크러쉬의 단골 식당으로 나온 적도 있어 유명세도 상당하다. 예약하지 않으면 기다리기 일쑤다.

●이름에 걸맞은 정겨움
골목집

식당 이름에 맞게 골목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골목집. 익숙한 한식을 맛깔나게 안주로 풀어낸 한식 주점으로 이촌동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들도 숱하게 드나드는 맛집이다.

골목집의 대표 메뉴 '삼합'
골목집 외관

간단하게 먹을 요량이면 삼합과 계란말이는 고정 선택지다. 대패삼겹살과 더덕구이, 부추무침이 한 접시에 나오는 삼합은 골목집 대표 메뉴로, 3가지 재료가 좋은 궁합을 보인다. 맥주, 소주, 막걸리 등 어떤 주류와도 잘 어울린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계란말이는 맛은 물론 미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추가로 주문할 만한 메뉴는 육전, 두부부침, 편육, 도토리묵 등이 있다.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갖춘 것도 장점이다.

계란말이

애석한 점은 좁은 공간뿐. 테이블이 4~5개 정도라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때로는 옆 곱창집의 테이블을 빌리는데, 음식 주문은 골목집에서 주류 주문은 곱창집에서 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분위기 잡고 싶은 밤
소산

이촌종합시장 내 식당 대부분 꽤 연식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유독 새 옷을 입은 것처럼 새파란 곳이 있다. 외관부터 일본 느낌이 가득한 소산이다. 차분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술자리, 동시에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주류를 원한다면 선택할 만한 곳이다. 음식은 일식(사시미, 대게다리 모듬 튀김, 닭다리살 간장구이 등)을 기본으로 하며, 양파 수프, 전복 내장 파스타, 랍스터 파스타, 한우 타르타르 등 양식도 갖추고 있다. 두루두루 선택할 수 있는 게 많다.

소산 사시미 모리아와세
콜키지가 가능하다

단순히 많은 게 아니라 음식 하나하나 맛이 준수하며, 가격도 강남 대비 합리적이다. 1차로 와서 사시미+파스타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고, 2차로 와서 간단한 튀김+사시미로 술잔을 부딪쳐도 좋다. 어떤 목적으로 와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는 생맥주와 하이볼, 와인, 사케 등 다양한 주류를 갖추고 있으며, 콜키지(유료)도 가능해 자신이 원하는 술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용산구+

철도건널목 앞에서
'나의 아저씨' 촬영지

이촌동에서 저녁 식사를 즐긴 후 정처 없이 걸어보자. 용산구에는 서울의 밤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는 전철과 골목길이 교차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를 봤다면 더더욱이. 철도건널목은 주인공들의 생활터전인 후계동의 배경이라 드라마 팬들에게는 인상적인 곳이다.

 나의 아저씨 촬영지, 철도건널목
용산구의 밤

배경으로 인증숏(전철이 운행하니 조심하기)을 찍어도 좋고, 멍하니 서서 보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이후에는 용산부터 삼각지까지 쭉 걸어가도 좋은데 요즘 감성으로 가득한 식당과 카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모습
이촌종합시장

일반 시장과 여러 식당이 결합한 형태의 이촌종합시장에는 100개에 가까운 상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지인들을 끌어모으는 맛집들과 이촌동 주민들의 일상이 돼주는 공간들이 뒤섞여 정감 있는 시장을 형성했다. 골목골목이 이어져 한 번 꺾을 때마다 새로운 곳이 나오니 마치 미로를 탐험하면서 보물을 찾는 기분이 든다. 상점 수가 많아 몇 번을 찾아와도 질리지 않는다. 훗날 재개발로 지금의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어 시장 내 모든 식당을 정복하는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

맛집과 일상이 공존하는 이촌종합시장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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