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울었는데…마지막엔 "둘째 낳아야죠", 반전 비결은?
"육아 현장에서 본 엄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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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힘들다고 울었는데…마지막엔 "둘째 낳아야죠", 반전 비결은? (계속) |
"저도 아이를 키워봤지만 요즘 엄마아빠들 다들 똑똑해요. 인터넷 찾아보면 웬만한 솔루션들은 다 나오죠. 사실 양육자분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괜찮아', '조금만 지나면 돼' 같은 말인 것 같아요."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선경 코디네이터는 서울시가 선발한 '육아지원 코디네이터' 120명 가운데 1명이다. 자신의 담당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양육자들의 육아 문제를 상담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 씨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직장까지 관두고 대학에 편입해 보육교사 자격까지 취득한 '열공하는' 엄마였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 코디네이터가 되기 전에도 성북구 '우리동네 보육반장'으로 보육 현장에서 활동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있을까 불안감이 들 때 언제든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든든한 육아 선배'. 육아 베테랑이자 보육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이선경 씨에게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무엇보다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놨잖아요. 그냥 이름만 바뀐게 아니라 다양한 소통채널을 열려고 많은 시도를 하는게 인상 깊었어요."
과거와 달라진 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언제든 상담신청이 가능해졌다는 것. 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코디네이터와 연결되는 카카오 채널은 물론 인스타그램 구독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출생신고 때 서비스를 신청한 양육자들에게 보내는 단체 문자와 카카오 채널이 기반이지만 상담은 종종 전화 통화로도 이어진다. 한 시간 넘게 통화하기도 한다. 공감과 위로, 격려가 필요한 경우다.
상담 채널 뿐만 아니라 엄마아빠 프로젝트 이후 현실적인 지원으로 연결되는 정책 연계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이 씨는 말했다.
"많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긴급 돌봄인데요. 서울시에서 (틈새) 서비스를 많이 개발했어요. 동네 키움센터에서 아픈 아이 병원 동행 서비스 이런 것까지 생겨서 (상담에서 지원까지) 한 번에 연결이 되니까 부모님들도 훨씬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형 틈새 아이돌봄 3종' 얘기다. 엄마아빠의 가장 아쉬운 돌봄공백을 채워주는 ▲등하원 전담, ▲아픈 아이 병원 동행, ▲3~36개월 영아전담 돌봄 서비스가 올 초부터 시행됐다. 누적 이용건수는 벌써 1만건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사업은 '서울엄마아빠택시' 였다.
생후 24개월 이하 영아를 동반한 가족들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카시트를 갖추고 유모차를 실어도 널찍한 카니발 택시를 예약하거나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기 한 명 당 10만원 상당의 이용권도 지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엄마아빠택시가 반응은 제일 좋았어요. 저희가 있는 성북구에는 1천명을 신청받았는데, 우리가 관리하는 양육자분들로만 다 채워질 것 같으니까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은 신청 그만 받아라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결국 예산을 늘렸어요. 또 증빙서류 제출이 간소해진 것도 어머님들이 좋아하시더라구요."
물론 현장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상담 건수가 많은 시간제 돌봄의 경우 돌보미와의 매칭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씨는 "서울시에서 (돌보미를) 많이 뽑으려고 애쓰시는 것도 알고 있지만 여전히 필요로 할 때 쉽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총 사용시간이 제한돼 있고, 요금도 중위소득 150% 이하에만 차등 지원하다보니 기준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민간 돌봄으로 안내를 해야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마지막으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에서 더 보완돼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대뜸 '자조 모임'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지난 6월 중순 성북구의 한 도서관에 육아로 힐링이 필요한 엄마들이 모였던 일화를 소개했다. '엄마말고 나'라는 제목의 워크숍에서의 경험이었다.
"예쁜 차 세트를 앞에 놓고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뒤 달라진 모습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요. '몸이 바뀌었어요',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 제가 잠을 못자요'…엄마 한명한명이 얘기할 때마다 한번씩 눈물을 터트리면 누구랄 것도 없이 다 우는 거죠. 그 프로그램에서 저희가 다 힘든 얘기만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갈려고 하는데 조용히 계시던 분이 손을 들더라구요. 우리 막 힘든 얘기하고 다 울고 했는데 '제가 사실은 진지하게 둘째를 고민 중이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눈물과 원망을 쏟아냈던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낳아야죠"라고 합창했다. "이 분위기에 저분 이제 안 낳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터져나오자 모두가 크게 웃었다.
"이런 시간이 없었으면 그분은 고민을 하다가 아마 안 낳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집에 있지 않고 나와서 같이 만나면 공감과 위로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도 하나 해결되는…그 장면이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코로나가 끝나면서 올해부터 현장에 나오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 뿐만 아니라 양육자 분들도 더 많이 소통을 원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육아 선배, 육아 베테랑이 말한 반전의 비결은 바로 "집에만 있으면 안 되고 나와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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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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