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홈플러스의 작지만 큰 변화 '빅데이터 리뉴얼'

한전진 2023. 9. 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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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푸드 마켓 2.0' 강동점 다녀오니
빅데이터로 고객 동선·진열 효율 극대화
"서울 경기 수도권…리뉴얼 매장 확대"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물건 찾아 헤매는 '귀찮음'이 줄어들어서 좋아요"

지난 7일 오전 방문한 서울시 강동구 '홈플러스 메가푸드 마켓 2.0 강동점'. 즉석조리식품 매대에서 만난 주부 김지윤(54)씨는 새단장한 강동점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떡, 소시지, 라면 등 제품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번에 찾을 수 있게 됐다"며 "제품 구색도 늘어난 것 같아 좋다"고 흡족해했다. 

홈플러스 강동점이 '메가푸드 마켓 2.0' 서울 1호점으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선 부산 센텀시티점 이후 두 번째다. '메가푸드 마켓 2.0'은 홈플러스의 최신 점포 리뉴얼 전략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동선·진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시간·비용이 많이 드는 '전면 리뉴얼' 대신 '효율·안정'을 추구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평가다.

겉보기는 같은 리뉴얼이지만 

강동점의 가장 큰 표면적인 변화는 베이커리와 간편식의 전면 배치다. 매장 입구에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가 들어섰다. 이전에는 신선식품이 위치했던 곳이다. SNS의 발달 등으로 이젠 유명 베이커리를 두는 게 고객 유인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외에도 간편식을 모두 모은 홈플러스의 간편식 특화존 '다이닝 스트리트'도 생겼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고객 편의 시설도 강화됐다. 오더메이드존(개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소고기를 손질해 제공한다. 하이볼 문화를 반영한 '믹솔로지 코너'도 마련했다. 주스와 레몬즙 등 재료를 한곳에서 살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ABC마트', 'TOP10', '다이소' 등 소비자 수요가 높은 테넌트(독립형 임대매장)도 강화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쿠우쿠우'도 연내 입점할 예정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경쟁사들의 리뉴얼 전략과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식품·주류 등을 강조하고 오더메이드 존을 구성하는 것은 이미 대형마트 리뉴얼의 정석이다. 이것만을 가지고는 차별성을 확보하긴 힘들다. 메가푸드 마켓 2.0은 여기서 더 진일보했다. 바로 빅테이터를 내세운 '연관 쇼핑'이다. 고객들의 장보기 빈도와 구매 연관 상품 등을 분석해 최적의 고객 구매 동선을 만들었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기존 획일적 구분 깼다

예컨대 밀키트 옆에 사리류를 배치해 연관 매출을 노리는 식이다. 강동점은 이외에도 라면 옆에 즉석밥, 와인 옆에 치즈 등으로 매대를 재구성했다. 냉동식품 매대는 조리용 소스와 식용유 등을 연관 진열했다. 비식품인 커피머신도 '커피갤러리'를 신규 도입해 커피 캡슐 매대를 함께 배치했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장을 보다보면 '마침 여기 있었네'라는 느낌을 받는다. 구획별로 나눴던 기존의 획일적 구분을 깬 셈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실제로 매출 상승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의 리뉴얼 성과(7월20일부터 8월까지)를 살펴보면 밀키트, 사리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델리(즉석조리), 베이커리, 라면, 즉석밥도 각각 90%, 110%, 40%, 30% 늘었다. 과거 대형마트는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제품을 찾아가는 '발견형 쇼핑'이 주였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목적형 쇼핑'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홈플러스의 얘기다. 

홈플러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가푸드 마켓 2.0 매장을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임재흥 홈플러스 영업부문장은 "올해 서울·경기권 등 전국 주요 매장을 중심으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오프라인 핵심 경쟁력인 고객 가치를 재설계해  홈플러스 지속성장의 주요 축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고 예쁘게' 단장할 수 없다면

사실 이 같은 리뉴얼 전략은 최근 어려운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과 연관이 깊다. 홈플러스는 현재 위기다. 한때 7조원대였던 연간 매출은 6조원대로 내려앉았고, 영업이익 역시 적자전환해 지난해 2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실적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시간과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리뉴얼 모델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이마트와 같이 점포를 복합쇼핑몰처럼 전면 리뉴얼하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 와인숍 '보틀벙커'를 입점시키며 특색을 강화 하고 있는 롯데마트식 전략도 힘들다. 홈플러스는 마트 외 타 계열사가 없다. 그만큼 시너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크고 예쁘게' 변화 할 수 없다면 대신 매장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강동점을 메가푸드 마켓 2.0 서울 1호점으로 점찍은 것도 효율과 맞닿아 있다. 빠른 성과가 기대되는 지점이라서다. 강동점은 서울 동부지역 대형마트 중에서도 매출 상위 점포다. 특히 홈플러스 전 점 평균 대비 식품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이다. 지역적으로도 약 2만6000세대 고덕·강일지구가 인접해 신규 고객 창출 가능성도 많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의 틀은 유지하면서 매장 구성에 변화를 주는 효율화 리뉴얼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체험시설을 들여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려는 이마트, 주류 등 특화 매장으로 차별화를 두려는 롯데마트 등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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