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한미의 신약 개발 시계

최영찬 기자 2023. 9. 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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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신약 명가' 한미약품②]플랫폼 기술 뒷받침… 롤베돈 뛰어넘을 혁신신약은

[편집자주]1973년 6월 설립돼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이 신약 명가답게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복합신약 로수젯,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등 개량·복합신약의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고 출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에 이은 신약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에는 잇따른 임원진 교체에 따른 조직 쇄신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너 2세 중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 R&D센터 경영관리본부 사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전략기획실 실장을 맡으면서다.

한미약품은 자체 보유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원외처방 5연패, 반세기 한미약품 '실속 1위' 비결은
②다시 움직이는 한미의 신약 개발 시계
③쇄신 나선 한미약품...한미 2세 경영 체제 잰걸음

한미약품은 항암, 대사질환, 희귀질환 분야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합성신약 위주에서 벗어나 바이오신약 개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에 꼽힐 정도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2020년 2261억원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등 매출의 13%가 넘는 연간 2000억원 안팎을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플랫폼 기반 바이오신약 개발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 플랫폼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도전 중이다.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의 약효를 지속시켜주는 플랫폼기술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국내명 롤론티스)에 탑재됐다.

몸속에 투여됐을 때 반감기가 짧은 단백질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감기를 늘려줄 뿐만 아니라 약물 투여량도 줄일 수 있게 해 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한미약품은 현재 30여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단장증후군 신약 후보물질 HM15912, 선천성 고인슐린증 신약 후보물질 HM15136,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등 9종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에 랩스커버리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HM15912, HM15136,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모두 글로벌 임상 2상 시험단계에 있어 롤베돈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글로벌 신약으로 한미약품은 기대하고 있다.

펜탐바디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타깃 암세포만 공격하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펜탐바디에 신규 타깃을 추가해 신약 후보물질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8월18일 차세대 면역항암 신약 후보물질 BH3120의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는데 BH3120에 펜탐바디가 장착됐다. 지난 5월 FDA에서도 BH3120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을 받았고 연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한미약품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상용화 시기를 앞당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도 추가했다. 현재 mRNA를 기반으로 한 항암백신 개발을 시도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 열린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mRNA 기반 치료용 항암백신 후보물질이 종양 성장을 37% 억제한다는 전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평택 2공장에 mRNA 백신개발과 mRNA 합성에 필요한 효소 생산시설을 갖춰 상업화를 위한 대비를 마쳤다.

한미약품은 연간 2000억원 안팎의 R&D 자금을 투입하며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의약품 연구개발 중인 한미약품 연구원. /사진=한미약품


기술수출 반환에 꺾이지 않는다… 새로운 적응증 모색


한미약품은 2011년 경구(먹는) 제형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오락솔을 미국 바이오텍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건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롤베돈처럼 신약으로 출시되는 결실을 맺었지만 기술 반환이란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술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새 적응증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20년 6월 사노피서 반환받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하는 데 본격 착수했다. 지난 7월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에 NASH 치료제 후보물질로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2021년 6월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심혈관 및 신장질환 위험 감소 가능성이 소개되기도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9년 1월 일라이릴리에서 반환받은 포셀티닙에 대해서는 재발 및 불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지난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혈액학학회에서 포셀티닙을 포함한 3제 병용요법의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소개했다.

2019년 벨기에 제약사 얀센으로부터 반환받은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HM12525A(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8월 미국 제약사 MSD(머크)에 8억7000만달러(1조원)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한 경험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출시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이 미국 처방약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 /사진=한미약품


美 FDA 뚫은 롤베돈, 성과는 이제부터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미국 스펙트럼(현 어썰티오)에 기술수출한 신약은 FDA 관문을 뚫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9월 항암치료를 할 때 호중구(백혈구의 일종)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할 때 사용하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국내명 롤론티스)이 FDA의 품목허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출시됐다. 호중구는 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세균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해 12월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열성 호중구감소증 예방 및 치료 옵션 가이드라인에 롤베돈이 포함되면서 판매 기회가 한층 확대됐다. 미국 내 롤베돈 거래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7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72곳으로 145%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4월 미국 공공보험 환급대상 의약품 목록에도 오르며 롤베돈 처방 환경이 안정적으로 조성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 내 롤베돈 매출은 지난 1분기 1560만달러(207억원)에서 2분기 2100만달러(280억원)로 34.6% 증가하며 미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연간 3조원대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은 2012년 롤베돈 기술수출계약으로 스펙트럼과 합병한 어썰티오로부터 10년 동안 롤베돈 미국 매출의 한자릿수대의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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