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사도 교권을 지킬 수 있도록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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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김헌용 위원장(37)은 14년 차 시각장애인 교사다.
"그동안 학교는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보다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로 치부했다. 개별 교사를 보호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았다면 현재와 같은 교권 침해가 덜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문화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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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김헌용 위원장(37)은 14년 차 시각장애인 교사다.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엄청난 소명 의식을 갖고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를 누군가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즐거웠고, 교사는 시각장애인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였다.
그러나 김헌용 위원장이 교단에서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가 읽을 수 있는 점자 교과서조차 없어 복지관을 통해 알음알음 번역해야 했다. 그의 장애를 악용해 학생들이 수행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학교에서 영어 교과 교실까지 점자블록을 설치해주기 전까지는 자신의 교실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장애 교사들이 겪는 문제는 자주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됐다. 가끔 이루어지는 개선도 장애 학생을 위한 것에 덤처럼 따라붙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2017년 김헌용 위원장과 함께하던 시각장애인 교사 친목 모임의 요구로 시각장애인 교사용 교과서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단순한 ‘민원’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정당한 요구가 되길 바랐던 그들은 2019년 장애인 교사들이 모이는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6월 교육부와 함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으며 정식으로 장애 교사의 권리를 인정받는 데 이르렀다.
김헌용 위원장은 최근의 ‘교권 침해’ 논란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장애인 교사는 학부모뿐 아니라 동료 교사로부터도 교권을 침해받기 일쑤였다. 학교는 그의 교직 생활을 돕기보단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학부모의 민원이 걱정된다며 고학년 수업을 맡기지 않았고, 그를 담임선생님으로 배정하지 않았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악한 처지에 있는 교사들을 숨기기 급급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현 사태의 1차적 원인이지만, 그러한 일에 대응하는 데 학교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기능해왔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김헌용 위원장은 말했다. “그동안 학교는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보다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로 치부했다. 개별 교사를 보호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았다면 현재와 같은 교권 침해가 덜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문화를 세워야 한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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