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케인-메시' 분석할 동안 대표팀 분석은 안했나…무 전술+중원-빌드업 삭제 축구로 첫 승 실패

신인섭 기자 2023. 9. 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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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팀 분석은 확실히 부족함이 느껴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경기 1차전에서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규성, 손흥민이 투톱에 배치됐고, 이재성, 박용우, 황인범, 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4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호흡을 맞췄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웨일스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네이선 브로드해드, 해리 윌슨, 브래넌 존슨가 공격 라인에 배치됐고, 니코 윌리엄스,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 코너 로버츠가 중원에서 짝을 이뤘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이 수비로 나섰고, 골문은 대니 워드 골키퍼가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어떤 축구를 구사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볼 수 없었다. 먼저 최근 현대 축구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후방 빌드업은 전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한국은 김민재가 공을 잡으면 중원의 황인범에게, 황인범은 측면에 전개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원이 삭제됐다. 공이 측면으로 가면 날카로운 돌파, 측면을 허무는 플레이 등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좌우 측면에서 홍현석과 이재성을 배치했다. 선수 분석을 제대로 하고 나온 것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들이다. 중앙에 배치돼 좌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해 기회를 만들고 동료를 지원하는 유형이다. 이들에게 돌파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고, 결국 이들은 공을 잡으면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시 리턴을 내주는게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스가 나오면 웨일스에 역습이 시작됐고, 모든 선수들은 올렸던 라인을 빠르게 내리며 체력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

손흥민의 위치도 의문이었다. 이날 라인업 소개에서 손흥민은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 투톱에 배치됐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손흥민은 프리롤 역할을 맡으며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중앙 미드필더처럼 보였다. 이 공간은 상대의 압박이 가장 강한 곳이기도 하며, 손흥민이 곧바로 공격으로 치고 나가기 어려운 위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90분 내내 손흥민을 해당 위치에 고정했다. 손흥민이 개인 기량으로 슈팅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소속팀에서보단 덜 위협적이었다.

그만큼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선발을 구성했는지 의문이다. 비록 친선 경기라 할지라도 대표팀급 경기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의 장점은 가리고, 단점을 부각시켜 90분 내내 경기를 운영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타 국가의 선수들을 분석할 때처럼 대표팀 선수들을 분석했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7일 영국 '미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케인이 한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해하는 언어는 골을 넣는 것이라고 말한 걸 들었다. 케인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 바이에른 뮌헨이 케인과 계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케인은 뮌헨에 빠르게 어울릴 수 있을 것"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어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과 팀 동료들을 포함한 뮌헨의 대부분의 관계자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는 독일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케인이 (독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말을 조금 알아듣는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게 될 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다. 독일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존중을 표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리오넬 메시와 미국매이저리그사커(MLS)에 대한 분석을 하며 빈축을 샀다.

분석뿐만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 명단 발표를 보도자료로 대체하면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추첨에는 직접 참여했다. 이러한 '외유 문제' 속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코치진들과 소통하며 선수들을 체크 중이라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서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의문투성이일 뿐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어떠한 비판도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무색무취 전술로 결국 웨일스와 0-0으로 비겼다. 브라질과 평가전이었다면 오늘 경기 과정과 결과가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웨일스는 최근 A매치 12경기에서 1승 3무 8패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팀이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챙기지 못한 것은 분명 반성해야 할 일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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