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시공평가 '톱10' 바뀔라…'안전' 경각심도 커질까

채신화 2023. 9.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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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시공능력평가 제도개선
재무안전성 보다 '안전·환경' 중점
중대재해 시 감점 -10%…실효성은?

건설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시공능력평가' 제도가 확 바뀐다. 재무안전성보다는 부실·하자 등 건설 안전에 힘 쏟도록 점수 항목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제2의 LH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시평 순위를 지키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다만 비중이 작은 신인도 평가 항목이 늘어나고 중복 지표가 많다는 점에서 실효성 의문도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항목별 산정방식 개선안./그래픽=비즈워치

부실 벌점 세분화…중대재해 유죄땐 10% 감점

국토교통부는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전일(7일) 밝혔다. 이는 오는 11일부터 10월21일까지 입법예고하고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이날 백브리핑을 열고 "안전 및 환경관리, 준법경영을 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에 차이를 주기 위해 시평 개별 항목의 변별력을 키우고 새로운 항목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노조의 불법행위에 더해 최근 LH 사태, 검단 사태가 나오면서 안전과 환경에 관심이 증폭했다"며 "아울러 ESG 경영 강화 등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안전, 환경, 거버넌스 모든 면에서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 제도를 개선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는 건설사업자의 상대적인 공사수행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지표로, 소비자인 발주자는 이 지표를 보고 적정한 건설업자를 선정한다.▷관련기사:대우건설 시평 '톱3' 진입…현대엔지니어링·호반 '상승'(7월31일) 

평가 항목은 크게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4가지다. 공사실적, 경영, 기술능력평가액을 합산하고 신인도평가액에서 가감하는 식이다. 

이번 개정에선 경영평가액과 신인도평가액의 항목을 조정했다. 

경영평가액은 자본금이 많은 건설사들이 과도하게 가점을 받지 않도록 상한을 낮췄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x경영평점x80%'로 산출하는데, 이 수치의 상한을 기존 '공사실적액의 3배'에서 '2.5배'로 조정한다.  

장우철 과장은 "최근 건설경기나 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중견·중소 건설업체는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경영평가액 가중치를 획일적으로 낮추기 보다는 자본금이 많은 건설사가 과도하게 가점을 받던 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게 상한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적용하면 시평 50위권 내 업체 중 3~4위 정도 순위가 하락하는 업체가 생길 거라고 국토부는 추산했다.

신인도평가액에선 '안전'에 방점을 두고 항목을 추가하거나 비중을 늘렸다. 철근 누락 사태, ESG 경영 트렌드 등에 따라 변별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신인도평가액은 최근 3년간 연차별평균 공사실적의 ±30%를 넘을 수 없었는데 이번 개선으로 ±50%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항목의 변별력을 키우고 신규 항목을 넣었다. 

특히 부실시공, 하자로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받으면 공사실적액에 1% 감점을 받았는데 2% 감점으로 패널티를 두 배 늘렸다. 부실시공의 원인 중 하나인 불법하도급을 겨냥, 불법하도급으로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받아도 패널티를 받는 항목도 신설했다. 

부실 벌점은 3개 구간으로 나눠 1~3% 감점하던 것을 5개 구간으로 세분화, 1~9% 감점으로 확대했다. 장 과장은 "벌점 구간이 너무 넓으니까 기왕 배린 몸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패널티를 키웠다"고 말했다.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수)도 최고 5% 감점에서 9% 감점으로 확대했다. 신규 항목은 하자, 시공평가, 안전, 환경, 불법행위 근절노력 등 5가지를 추가했다. 중대재해법 유죄를 받을 경우 10% 감점하고,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은 횟수에 '-4%'를 곱해서 점수가 깎이게 했다.  '톱 10' 바뀔까…안전 경각심은 얼마나?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재무안전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경영평가액을 과도하게 평가받았고, 사업장이 많은 만큼 사고 등도 더 빈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시평 평가액 비중은 2022년 기준 공사실적이 36.3%, 경영평가가 40.4%였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재무안전성 비중 등이 줄어들면서 각각 38.8%, 36.7%로 조정될 것으로 추산됐다.

시평 1~100위 건설사의 시평 감소액 비율은 3.02%인 반면, 시평 301~400위 건설사의 감소 비율은 1.21%로 전망됐다. 

가령 올해 삼성물산의 가중평균 기준 공사실적평가액은 6조1942억원인데, 시평 100위권 평균 감소액(3.02%)을 적용해 추산해보면 시평액이 1870억원가량 깎일 수 있다. 

사업장이 많은 것도 사망만인률, 하자 건수 등에서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장 과장은 "사업장 단위 평가가 아닌 기업 단위 평가인 데다, 사업장이 많으면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인도 평가액 가감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평가의 변별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신인도 평가액 분포는 공사 실적액의 -4%~+25%에서 -10~+29%까지 커진다. 여기에 중대재해 유죄 시 10% 감점까지 추가되면 최대 20% 감점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대형 건설사도 순식간에 여러 계단 떨어질 수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토부가 가상의 건설사를 설정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30위권에 드는 A사(시평액 2조4000억원)와 100위권 B사(3400억원)가 중대재해 유죄로 10% 감점될 경우 시평 순위가 각각 3계단, 4계단 하락한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시평 제도 개선은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서 건설사들이 안전 시공, 책임 시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이 일부 조성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큰 변화는 없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중이 작은 신인도 평가액에서 항목을 추가·조정하는 식으로 손을 봐서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틀에서 안전·품질을 강화하고 이를 신인도 평가액 가점으로 좌우한다는 건데 신인도 평가액의 비중이 전체 시평액에 10% 미만(2022년 기준 7%)에 불과하다"며 "이 항목 안에서 여러 요소들을 추가한 데다 중복된 지표가 많아서 전체 순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봤다.

두 대표는 "워낙 안전 불안이 커지고 있는 데다 건설업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조치만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워보인다"며 "실효성 측면에선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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