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가운데 던지라고… SSG 팬들의 절규, ‘미사일 직구 트리오’ 가능성이 달래주나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투수의 구종을 단순하게 반으로 나누면 흔히 직구로 부르는 패스트볼, 아니면 변화구다. 그 어떤 투수도 둘 중 하나로 먹고 살 수는 없다. SSG는 굳이 따지자면 변화구의 팀이다. 특히 올해 변화구 구사 비율이 급증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SSG의 지난해 전체 구종 중 포심패스트볼 비율은 41.6%였다. 여기에 최근 포심 대용으로 던지는 경우가 있는 싱커(투심)를 포함하면 딱 50%가 나왔다. 리그 평균(51.2%)보다 소폭 떨어지는 수치였다. 그런데 올해는 구사 비율이 더 떨어졌다. 올해 포심과 싱커의 구사 비율 합은 47.8%다. 리그에서 SSG보다 패스트볼을 아끼는 팀은 KIA, 딱 한 팀이다.
포심을 비롯한 패스트볼은 투수의 기본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다른 변화구들의 포석이 된다. 올 시즌 SSG의 볼넷 비율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추락한 건 중요한 순간에 변화구를 너무 남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속지 않으면 볼이다. 투수로서는 답답한 순간이 이어진다.
김원형 SSG 감독은 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이런 수치 하락에 대해 선발 투수들의 변화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선발 로테이션은 제한된 인원으로 돌아가지만, 어쨌든 이 선수들이 팀의 전체 이닝에 차지하는 건 절반 이상이다. 선발진에 변화구 투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변화구 구사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SSG는 싱커나 투심을 잘 던지는 투수들이 많은 집단도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는 비슷하다.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져 타자와 상대해야 하는 건 김원형 감독의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성적만 좋으면 사실 패스트볼 비율이 어떻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변화구 승부를 하다 볼넷을 내주거나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맞더라도 한가운데 직구를 던져라”고 절규하는 팬들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돌려 이야기하면, SSG 투수들 중 자신의 패스트볼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도 패스트볼에 자신이 있으면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걸면 된다. 그러나 올해 SSG에서 이런 장면을 찾기는 굉장히 어려워졌다. 지난해 그나마 이 ‘장면’을 담당하던 윌머 폰트가 사라진 뒤로는 더 그렇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 중에는 힘 있는 패스트볼을 과감하게 구사하는 선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근 SSG 불펜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우완 이건욱(28)이다. 젊은 선수라고 하기에는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한때 SSG 투수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다. 잦은 부상으로 가진 재능을 낭비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올해 불펜으로 완벽히 전향한 뒤 힘을 내고 있다. 7일까지 시즌 20경기에서 31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이다.
이건욱은 보통 평균 시속 140㎞ 초‧중반대의 공을 던지던 투수였다. 그런데 그때도 패스트볼의 구위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아 타자들에게는 힘 있게 살아 들어오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공의 밑등을 때려 플라이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천적인 재능이었다. 그런 이건욱은 바이오메커닉스 훈련을 통해 구속을 140㎞대 중‧후반까지 끌어올리면서 더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현재 SSG 불펜 투수 중 하이존에 공을 던져 헛스윙이나 빗맞은 뜬공을 유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이건욱의 포심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60%가 넘는다. 김 감독도 “구속 대비 패스트볼의 힘이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선수”라면서 향후 필승조로서의 투입도 시사했다. 결국 돌고 돌아 자신의 장점인 패스트볼로 1군 재진입에 성공한 케이스다.
고졸 루키 이로운(19)은 현재 SSG 불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다. 경기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0㎞ 이상에 찍히는 경우가 많다. 이건욱만한 힘은 아니지만, 그래도 낮게 깔려 탄도미사일처럼 날아가는 포심의 힘이 제법이다. 최근 들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역시 한가운데를 보고 패스트볼을 던진다. 앞으로 회전을 더 극대화시킨다면 150㎞ 파이어볼러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2022년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자인 신헌민(21) 또한 패스트볼에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역시 150㎞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좌우로 던질 줄 안다. 올해 구사 비율 중 포심이 67.6%에 이른다. SSG 팀 내에서 가장 높다. 7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최고 150.4㎞(트랙맨 기준)의 빠른 공을 던지며 9회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
특히 1사 만루에서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합으로 위기를 탈출한 건 대단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졌다. 특히 2사 만루에서 리그 MVP 후보인 노시환을 2루 땅볼로 돌려세운 패스트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두 개의 공이 패스트볼이었는데 노시환의 방망이가 다 늦었다.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투구였다. 대전 3연전에서 가장 돋보인 건, 패스트볼 위력이 좋은 이건욱 이로운 신헌민이었다.
이들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다. 최근 1군에 올라온 우완 서상준(23)은 2군에서 최고 155㎞ 이상의 공을 거침없이 던졌다. 제구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건장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은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현재 SSG에는 부족한 '평균 150㎞'의 확실한 후보다.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조요한(23)은 스피드 하나는 10개 구단 어디에 내놔도 최고수 중 하나다. 가볍게 던져도 150㎞대 중반의 공이 나오는 선수다. 같이 입대해 같이 제대하는 좌완 김택형(27) 또한 좌완 불펜 중에서는 최정상급 구속을 가졌다. 이들이 훗날 SSG의 패스트볼 로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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