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시대의 흐름은 못 막는다…10시즌 182경기 만에 처음 나온 진기록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세 가지 규칙을 바꿨다. '더 많은 움직임'을 위해 투구 시간에 제약을 두고, 시프트를 제한하고, 베이스 크기를 키웠다. 점점 정적인 스포츠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기 시간이 짧아지고, 도루가 늘어났다. 천하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이 흐름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7일(한국시간)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을 겪었다. 도루를 한 경기에 무려 3개나 내준 것이다. 도루가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보기 드문 장면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류현진은 도루를 잘 내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시도 자체를 못 하게 만드는 선수였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시즌 동안 182경기에 나왔는데 도루는 겨우 11개만 허용했다. 류현진 앞에서 뛴 선수가 많지 않았다. 도루 시도가 19번에 불과했다. 대략 9~10경기에 한 번 꼴로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뛰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도루 저지율이 무려 42%에 달할 만큼 류현진은 주자 단속을 확실히 했다.
지난해까지는 한 시즌 최다 도루 허용이 2번이었다. 2014년 26경기 152이닝 동안 3번 가운데 2번, 2017년 126⅔이닝 동안 3번 가운데 2번이 지금까지 한 시즌 최다 도루 허용이다. 2018년에는 15경기 82⅓이닝 동안 단 한 번의 도루 시도조차 없었다.
그런데 7일 오클랜드전에서는 도루를 3번이나 내줬다. 3회 닉 앨런에게 2루 도루를 내주고, 5회 에스테우리 루이스에게 2루와 3루 도루를 연거푸 허용했다. 지난 2021년 9월 1일 볼티모어전 뒤로 거의 2년 만에 처음 주자에게 도루를 내준 경기였다.
규칙 개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올해 '더 많은 움직임'을 목표로 크게 세 가지 규칙을 고쳤다. 이 가운데 도루와 영향이 있는 것은 견제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다. 투수들은 주자가 나가도 무한정 견제구를 던질 수 없다. 세 번째 견제까지는 가능한데, 세 번째 견제구로 주자를 잡지 못하면 주자는 자동으로 한 베이스를 진루한다. 베이스는 15인치(약 38.1cm)에서 18인치(약 45.7cm)로 커졌다.
덕분에 경기당 도루 시도는 지난해 0.68개에서 올해 0.89개로 늘었다 2012년 0.90개 이후 최고 치다. 도루 성공률은 80%에 달하는데, 이는 2000년대 이후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숫자다.
류현진을 상대로 도루 2개를 기록한 루이스는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대도다. 58차례 도루에 성공해 2위 바비 위트 주니어(39개)에 19개 차이로 앞서 있다. 도루왕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루이스는 마이너리그 7시즌 동안 246개의 도루를 기록한 대도 유망주였고, 풀타임 빅리거가 된 올해 규칙 개정의 효과를 받아 개인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류현진은 오클랜트 타선을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팀이 2-5로 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3승 2패 평균자책점 2.65가 됐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등판한 지난 5경기에서 모두 이겼는데, 6경기 만에 패배했다.
1-0으로 앞서던 4회 카를로스 페레스에게 던진 몸쪽 낮은 패스트볼이 역전 2점 홈런으로 돌아왔다. 단 실투는 아니었다. 류현진은 상대가 잘 친 공이라고 인정했고, 토론토 존 슈나이더 감독 역시 " 나쁜 공은 아니었다고 봤다. 류현진은 잘 던졌다"며 "공 하나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뿐 좋은 투구였다"고 얘기했다.
6회 구원 등판한 트레버 리차즈가 3점 홈런을 내주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경기가 오클랜드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12로 대패하면서 토론토는 여전히 가을 야구 진출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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