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교포 릴리언니 "한국전쟁 영상 가장 의미있어"[일문일답]
"전쟁 겪은 모든 국민 이야기, 너무 슬퍼"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아르헨티나 교포 2세로 스페인어권 국가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있는 크리에이터 '릴리언니(35·송릴리아나)'는 가장 의미 있는 자신의 콘텐츠로 이북 출신 외할아버지의 편지를 꼽았다.
릴리언니 채널에 지난 2019년 7월19일 올라온 해당 영상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외할아버지의 남하 이야기부터 취업·결혼·이민 등 일대기와 소회가 담긴 편지가 소개됐다.
이민을 떠난 한국인 부모님 슬하에서 나고 자란 그의 주 콘텐츠는 한국의 문화를 비롯해 노래, 드라마, 먹을거리, 역사, 연예계, 사건·사고 등 소식을 스페인어권에 공유하는 것이다.
릴리언니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께서) 한국에 있는 친구분께 보낸 편지의 복사본을 우연히 발견했다. (생전에는) 너무 큰 상처라서 언급조차 안 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 힘든 내용을 어떻게 한 번도 얘기를 안 하셨지, 너무 충격이었다"며 "한국전쟁을 겪은 모든 국민의 이야기였다는 게 너무 슬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도 많이 깨닫게 되고 많은 분들이 그 영상을 보면서 한국을 보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릴리언니는 그의 남편과 함께 올해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 거주 중이다.
다음은 크리에이터 릴리언니와의 일문일답.
-부모님의 국적은 어떻게 되시나.
=모두 한국분이시고 1980년대에 이민을 따로 가시고 현지에서 만나 결혼하셨다.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한국에 오기도 했다. 이 일을 했으면 한국에 올 수 없었을 거다."
-처음 한국에 방문한 건 언제인가.
"한국 문화는 항상 접해왔고 두세 번은 한국에 왔는데 처음 온 건 15살 때였다. 한국인 2세를 대상으로 한국 체험도 하고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연수·캠프가 있다. 그때 진짜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게 너무 많았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9년 1월부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전년도에 중국인 친구가 하는 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바이럴이 엄청났다. 중국 대표, 일본 대표, 한국 대표 콘텐츠에서 제가 한국으로 출연한 거다. 그게 계기가 됐다. 아르헨티나는 제 뿌리인 한국을 너무 잘 모른다. 당시 길거리 인터뷰를 하러 나왔을 때만 해도 삼성도 한국 건지 모르고 그랬다. (그래서) 너무 소개할 게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 때 한국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됐다."
-어렸을 적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나.
"어릴 때는 의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교민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대부분 옷 장사를 한다. 그러나 학창 시절 창의력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하게 됐고, 현지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남편의 도움 요청으로 상가 안에 있는 편의점을 함께 운영했으나, 정부의 락다운 조치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았다.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됐다."
-올해 초 한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편의점 사업을 접은 이후 한국에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지난해 3개월 동안 살아봤다 정말 살 수 있을지. 또 저희 콘텐츠가 한국에 관한 것이라 와야 될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실제로 살아 보니) 너무 좋았고, 거주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정말 너무너무 잘 온 것 같다, 리프레시도 되고."
-뿌리인 한국에 대해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나.
"그렇다. 어릴 때부터 예능이나 드라마나 이런 걸 항상 접해왔고 15살 때 한국에 와서 위안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후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역사, 문화, 유행하는 것들을 알고 싶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칠 때도 유럽까지만 알려주고 아시아에 대해선 한번도 교육받은 적이 없다. 미국 역사도 안 본다."
-자신의 채널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한국 문화와 소식, 연예계에 대해 다루는 채널이다. 멀리 있는 나라(한국)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해주는 '돋보기' 같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이 궁금하다.
"인터넷에 살면서 화제가 되거나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보고, 제 일상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이 나오면 소개하는 콘텐츠도 주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 예를 들어) 틱톡에서 조회수 2000만회가 넘은 영상이 있는데 춘천에서 트럭이 맥주를 싣고 가다 쏟아졌는데 '한국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공유한 적이 있다. (영상을 본 스페인어권) 그 친구들에게는 너무 충격인 거다 그게. 동양과 서양이 너무 다르다. 제 장점은 그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 그런 마인드를 확실히 아니까 공유하는 것도 많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한 영상도 있던데.
"연락이 먼저 왔다. 앞서 중국에서 자기가 원조라며 김치 논란이 있었을 때, 제가 설명한 콘텐츠가 뉴스에도 나온 적이 있다. 그걸 보셨던 것 같다. '김치를 홍보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할머니와 함께 김장 장면을 담은 영상을 만들었다. (또) 주칠레 한국대사관에서 동해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의뢰가 와서 설명한 적도 있다. 이런 논란이 있다는 자체도 (스페인어권 등에서는) 전혀 모른다는 게 조금 안타까웠다. 알면 좋지 않나, 좀 더 시야도 넓어지고."
-제일 의미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저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이북분이신데 어떻게 해서 남한에 오셨고 내가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는 일련의 스토리를 가족들도 다 모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한국에 있는 친구분께 편지를 보내셨는데 그 복사본을 제가 발견해서 콘텐츠화했다. 가족사를 알게 된 계기였다. 너무 슬프더라. 이 힘든 부분을 어떻게 한번도 얘기를 안 해주셨을까, 너무 충격이었다. 한국전쟁을 겪은 모든 국민의 얘기였다는 게 너무 슬펐다. 저도 많이 깨닫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한국을 보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다뤘던 소재가 널리 전파된 적도 있었나.
"'학교에서 한국을 다루는 (저의) 영상을 틀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이 있다면.
"'너무 잘 만들었다' '궁금증을 해결해줘서 너무 고맙다' 이런 칭찬, 응원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유튜브를 하다 틱톡도 함께 하기 때문에 영상의 퀄리티도 엄청 신경을 쓰는데 그런 부분을 칭찬해주실 때도 기분이 좋다."
-향후 목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앞으로의 목표는 보다 제 채널이 알려지는 것이다. 한국분들에게도 이제 조금 응원을 받았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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