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값 버거운 中 소비자, 음료업계 ‘가격 경쟁’ 불붙였다
차음료·커피업계, ‘9.9위안’ 이벤트 앞다퉈 참전
시장 포화 상태, 생존 위해선 가격 인하 불가피
장기적으론 손해 확대… 중소 업체 고사 가능성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싼리툰. 이곳 쇼핑거리에 입점해 있는 밀크티 전문점 ‘시차(喜茶)’는 현재 15~19위안(약 2700~3500원)대 밀크티 외에도 8위안(약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다. 이날 시차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한 30대 여성은 “한 잔에 20위안 가까이 하는 밀크티를 매번 마시기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며 “다른 가게에서 밀크티를 마실 때도 할인 중인 제품을 주로 선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 음료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 둔화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음료의 높은 가격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다. 포화 상태인 중국 음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음료업계의 구조조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맹점을 많이 보유한 브랜드가 아니면 원재료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제 살 갉아먹기’가 될 수 있어서다.
8일 중국 금융매체 시나파이낸스에 따르면, 최근 많은 밀크티 프랜차이즈가 잇달아 한 잔당 ‘9.9위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쉐더차(奈雪的茶)는 매주 9.9위안에 밀크티 한 잔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고, 코코(Coco)는 매일 지정 음료를 9.9위안에 판매하고 있다. 후상아이(沪上阿姨)는 붉은찹쌀 밀크티를 13위안에서 9.9위안으로 내렸다. 이허탕(益禾堂)은 한발 더 나아갔다. 기존 12위안짜리 아메리카노를 5.9위안으로 절반 넘게 인하했고, 16위안짜리 밀크티 두 잔을 사면 한 잔은 반값에 주는 행사도 추가했다.
중국중앙(CC)TV는 “차음료업계의 9.9위안 행사는 커피업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커피업계 1위 업체인 루이싱(瑞幸)커피다. 이곳은 지난 6월 진행했던 9.9위안 행사를 지난달부터 다시 시작했다. 궈진이 루이싱커피 회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9.9위안 행사에 대해 “앞으로 최소 2년간 지속할 것”이라며 “6월에 진행해 보니 소비자 반응이 기대치를 뛰어넘었고, 루이싱 커피의 매출 및 이익도 개선돼 이 행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결단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 음료업계가 가격 경쟁에 나선 것은 소비자의 저항이 심상치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일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는 ‘밀크티 한 잔에 20~30위안은 정말 싫다(真的讨厌二三十块叫一杯奶茶钱)’는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밀크티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가 지출이 3~4배 늘었다”며 “이후로 밀크티를 끊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20~30위안이면 내 하루치 식비”, “밀크티 한 잔이면 계란 30개짜리 한 판을 산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경기 둔화, 실업률 급증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밀크티 값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만큼, 높은 가격을 고수할 경우 퇴출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프랜차이즈경영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차음료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8만6000개로 집계됐다. 2020년 말 37만8000개였는데, 코로나19 기간임에도 2년간 29%가량 늘어난 것이다. 커피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내에는 루이싱 커피, 매너커피와 같은 토종 브랜드 외에도 미국 스타벅스와 피츠커피, 캐나다 팀홀튼, 영국 코스타, 일본 아라비카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당장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중소 브랜드의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딜레마다. 가격 할인을 위해서는 저렴하게 원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런 협상에서는 가맹점이 많아 일정 수준 이상의 구매량을 보장하는 대형 브랜드가 유리하다. CCTV는 “가맹점이 수천개냐, 수만개냐에 따라 공급망에서의 교섭력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외식업 컨설팅 기업 성탕궈지(圣唐国际)의 공급망 담당자인 가오웨이웨이는 “고객 확보와 생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단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장에서 (이같은 할인은) 이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고, 심지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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