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간호법' 재추진 속도…핵심쟁점 조율했지만 의사 반발 '넘사벽'

강승지 기자 2023. 9.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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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野 간사 고영인 의원, 의료직역단체 의견수렴
지난 5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투표에 부쳐졌으나 재석의원 289명, 가결 178표, 부결 107표, 무효 4표로 끝내 부결되며 폐기 됐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대한간호협회 회원이 표결을 지켜보며 아쉬워 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을 10월 국정감사 이전에 재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선봉에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8일 고영인 의원실에 따르면 고 의원은 간호법을 재추진하자는 당론에 따라 최근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을 만나 간호법이 재발의될 경우 수용 가능한 범위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고 의원실은 그러나 야당 간사로서 의견 수렴에 나섰을 뿐 대표 발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폐기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가운데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 책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일부 단체의 반발과 보건복지부의 반대 입장 표명 등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 재표결 끝에 5월 30일 폐기됐다.

쟁점이 됐던 간호법 조항은 '지역사회 간호'라는 문구 등이다. 이에 더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14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간호사와 관련한 별도의 법 제정이 다른 의료 직역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간호사들과 대척점에 섰다.

제정안 1조에 명시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를 두고 의료연대는 "의료기관 외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5월12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5.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또한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도, 의료연대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간호법을 숙원으로 여긴 대한간호협회 등은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발맞춰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와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에 입각한 민생법안"이라며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에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료연대가 반대 논리로 제기한 '간호사 단독 개원', '간호조무사 자격제한' 등에 대해 간호협회는 "의료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막고 있어 간호법으로 개원할 수 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 관련학과나 학원을 나오도록 할 뿐, 대졸 이상 학력자의 간호조무사 자격을 막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은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이 간호법을 공동 발의했음에도 폐기까지 이르게 된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재추진 계획을 강조했다. 그 대신 법의 수용성을 높이고 의료직역 간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간호법 재추진 측은 폐기됐던 간호법 제정안 1조에 기술된 '지역사회' 대신 요양기관, 학교, 재가복지시설 등 의료돌봄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등 간호사의 의료기관 밖 업무·역할을 자세히 풀어 반발의 소지를 줄일 전망이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조항도 빼기로 했다. 이는 여당과 복지부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간호조무사협회 측에 전달한 상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지역사회라는 표현과 간호조무사의 학력·자격 제한 조항이 빠진 간호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간호협회도 '지역사회'라는 포괄적 표현 대신 의료기관 밖 역할을 구체화하고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문구 삭제에 동의한 상태다. 간호법 폐기 사태를 재현할 수 없고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해서는 간호법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대 난관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다. 이들 단체는 통일된 의료법 체계가 간호법으로 분리되는 데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면 모든 의료직역의 처우개선법 정도면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간호법이 의료계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재발의돼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더욱 첨예한 사회적 논의와 간호법 찬반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간호법 논란에 대해 "간호법 제정이 가져올 편익의 객관적인 실증 분석과 이해충돌을 방지할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 요구된다"고 했다.

조사처는 "간호법이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확대(규정)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와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 각 직역들의 지위와 역할 및 업무 협력관계를 적합하게 설정하기 위한 이해관계 조정 원칙을 규범적으로 소통·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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