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삶을 퇴고하는 법

조민진 작가 2023. 9.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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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개설할 글쓰기 온라인 강좌를 준비하면서 전체 10강 중 1강을 '퇴고하는 법'에 할애했다.

비슷한 분량으로 '구상부터 집필까지'를 1강으로 묶은 데 비하면 퇴고 강의 비중을 크게 잡은 편이다.

생텍쥐페리의 미완성 유작 '성채'의 편역본('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상각 엮음)을 읽다가 '삶의 퇴고'라는 제목이 붙은 짧은 글을 거듭 곱씹었다.

비슷한 이유들로 퇴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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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9월에 개설할 글쓰기 온라인 강좌를 준비하면서 전체 10강 중 1강을 '퇴고하는 법'에 할애했다. 비슷한 분량으로 '구상부터 집필까지'를 1강으로 묶은 데 비하면 퇴고 강의 비중을 크게 잡은 편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가 제 글에 부렸던 집착을 적잖이 이해한다고나 할까.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라는 표현을 놓고 '두드리네'(敲, 두드릴 고) 대신 '미네'(推, 밀 퇴)라고 자구를 고쳐보면 어떨지를 끝까지 고민했던 가도의 일화에서 '퇴고'(推敲)라는 말이 유래됐다. 퇴고는 글을 쓸 때 여러 번 생각하면서 고치고 다듬는 일이다.

나도 간혹 조사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질 때도 있다. 괜한 까탈스러움일까 싶어 멋쩍어지기도 하지만 내 딴은 어떻게든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이고 의도다. 물론 끝내 완벽할 순 없다. 글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완벽할 수 없어도 완벽을 추구하자'는 게 소신이다. 퇴고를 우습게 생각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미완성 유작 '성채'의 편역본('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상각 엮음)을 읽다가 '삶의 퇴고'라는 제목이 붙은 짧은 글을 거듭 곱씹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제가 시를 썼습니다. 이제 그 시를 다듬으려 합니다"라고 말했다가 다음과 같은 꾸중을 듣는다. "아들아, 너는 퇴고가 끝난 다음에야 시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퇴고하는 행위를 빼면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후략)" 제목 탓인지 '퇴고하는 행위를 빼면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로도 읽혔다.

퇴고가 무엇이었나를 돌아본다. 숙고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이는 걸 선택하는 일이었다. 앞선 선택을 그대로 확신하거나 다시 바꾸는 일이었다. 감상적인 글을 써놓고도 이성적으로 검증하는 일이었다. 한 번에 끝나지 않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일이었다. 더 좋은 답을 갈망하는 일이었다. 퇴고하지 않고 글을 완성할 수 없었다.

글쓰기 대신 삶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이유들로 퇴고가 필요하다. 의지를 가진 인간이 제 글을 사랑해 마지막까지 수정하듯, 삶을 사랑한다면 끝까지 돌봐야 한다. 좋은 내일을 바란다면 어제에 미뤄 오늘을 다듬는 애정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고 익숙한 습관이 되면 좋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글쓰기를 권한다. 쓰면서 자기 내면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 비로소 '나'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자신과의 대화는 효용이 크다. 지난 선택을 돌아보고 건설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확신하거나 바꾸면서 좋은 답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삶이 완벽해지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글로 풀어보면서 삶에 조금 더 충실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전의 모든 것은 연습에 불과하다." 생텍쥐페리가 남긴 말이다. 앞서 쓴 건 연습일 뿐 퇴고할수록 나아진다. 퇴고해야 한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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