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 상장시킨 하나증권… 원치 않게 3대주주 됐는데 주가는 공모가 아래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강관 제조사 넥스틸 주가가 상장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공모가(1만1500원)를 넘지 못하고 있다. 넥스틸은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로 상장 추진 때부터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를 모았다.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을 단독으로 맡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넥스틸 상장은 기관 투자자 대상 청약 수요 예측 단계부터 김이 빠졌다. 회사 직원과 개인 투자자로부터도 외면받았다. 하나증권은 결국 미청약 물량 23%를 떠안으며 졸지에 넥스틸의 3대 주주(지분율 6.68%)가 됐다. 흥행 참패로 떠안은 물량 때문에 이번 상장 주관은 실패한 딜이 됐다. 주식 평가 손실이 수수료 수입을 16억 원가량 웃돌고 있다.
7일 넥스틸 주가는 전날 대비 4.04% 오른 952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공개된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넥스틸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약 32%로, 지난해 대비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그러나 넥스틸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보다 17%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넥스틸은 상장일인 8월 21일 공모가 대비 6% 넘게 떨어진 것을 포함해, 총 14거래일 중 나흘을 빼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넥스틸은 박효정 회장이 1990년 설립한 회사로, 유정에서 석유·가스 채유에 사용되는 유정관과 송유관 등을 만들어 왔다. 유정관·송유관·배관용 강관·구조물용 강관 등이 핵심 제품이다. 넥스틸 연매출은 전 세계 코로나 대유행기인 2020년 2148억 원에서 2022년 역대 최대 수준인 6684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세계 경기 회복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에 따라 강관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0.72%에서 27.12%로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132억 원, 영업이익은 133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2.35%로 높아졌다. 상반기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1분기보다는 줄었다. 2분기 매출은 1816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영업이익은 562억 원으로 28% 감소했다.
넥스틸은 하나증권이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단독으로 상장을 주관한 회사다. 하나증권은 그전까진 주로 코스닥 상장이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 위주로 IPO를 주선했다. 하나증권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작업을 맡은 것은 2016년 LS전선아시아이 마지막인데, 당시엔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이번 넥스틸 상장 완료로 하나증권은 올해 증권사 IPO 주관 실적(금액) 순위에서 10위 안으로 올라섰다. 기업금융 부문에서 하나증권이 조금이나마 위상을 높였다는 평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5월부터 상장 작업을 진행했다. 세아제강, 휴스틸을 비교 기업으로 정해 넥스틸 희망 공모가 범위를 주당 1만1500∼1만2500원으로 제시했다. 넥스틸은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IPO라 관심이 컸으나, 수요 예측과 청약 결과는 저조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경쟁률은 235.56대 1로 높지 않은 편이었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 700곳 중 26%가량이 희망 공모가를 하단 이하로 적어냈다. 결국 넥스틸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인 1만1500원으로 정해졌다.
우리사주조합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도 흥행에 실패했다. 전체 공모 물량 700만 주 중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 20%(140만 주) 가운데 0.15%(1만800주)만 청약이 이뤄졌다.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 175만 주(25%) 중에서도 20.92%만 청약이 이뤄졌다.
반응이 미지근했던 이유 중 하나로 이번 IPO 조달액의 절반가량이 2대 주주 넥스틸홀딩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로 흘러갔다는 점이 꼽힌다. 넥스틸 공모 물량은 신주 모집 365만 주(52.14%),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공매 매각하는 것) 335만 주(47.86%)로 구성됐다. 구주 매출 주식은 모두 넥스틸홀딩스가 갖고 있던 물량이다. 공모 자금 절반이 회사 설비 투자나 운영 자금이 아닌, 기존 주주의 투자 이익 실현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회사 직원이나 개인 투자자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스틸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아주IB투자와 원익투자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넥스틸홀딩스는 2021년 넥스틸에 465억 원을 투자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186억 원, 전환사채(CB) 279억 원어치다. 이 중 전환사채 원금은 지난해 6월 모두 회수했다. 남은 상환전환우선주는 지난해 말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다. 올해 액면 분할(10대1)과 무상 증자(2대1)를 거치면서 넥스틸홀딩스가 보유한 넥스틸 주식은 585만2000주(26.18%, 상장 전)가 됐다. 주당 취득 단가는 3125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1만1500원) 기준으로도 3.6배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넥스틸홀딩스는 이번 IPO로 335만 주를 처분해 385억2500만 원을 현금화했다. 상장 후 남은 물량도 250만2000주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총액 인수 계약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일반 투자자 실권주(163만7685주)를 모두 떠안았다. 공모가 기준 188억 원어치다. 지난해 12월 매입해 보유 중인 주식(10만 주)을 합하면, 하나증권이 보유한 넥스틸 지분은 6.68%(173만7685주)에 달한다. IPO 후 하나증권이 최대주주 박효정 회장(특별 관계자 포함 61.81%), 2대 주주 넥스틸홀딩스(9.62%)에 이어 넥스틸 3대 주주가 된 것이다.
하나증권은 넥스틸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아 공모액의 2%인 16억1000만 원을 수수료(인수 대가)로 벌었다. 그런데 상장 후 넥스틸 주가가 계속 공모가 밑에서 움직이면서 하나증권이 보유한 주식 평가 손실액이 상장 주관 수수료로 번 돈을 넘어섰다. 하나증권이 현재 보유 중인 전체 지분의 주당 취득 가격은 1만1385원꼴이다. 7일 종가 기준 주당 1865원, 총 32억 원가량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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