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붙었지만 달라”... 남들 100% 오를 때 혼자 못 오르는 휴림로봇
‘로봇’ 붙었지만 공정자동화 로봇 판매가 90%
조폭 양아들이 오너? 불확실한 지배구조도 리스크 요인
이차전지에 이어 로봇이 국내 증시를 주도할 다음 테마로 꼽히면서, 로봇주의 상승세가 매섭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사명에 ‘로봇’이 붙어 있는데도 홀로 찔끔 상승 중인 로봇주가 있다. 바로 코스닥 상장사 휴림로봇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휴림로봇은 전 거래일 대비 14.23% 오른 20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가가 급등하긴 했지만, 다른 로봇주에 비하면 최근 휴림로봇의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고 봐야 한다. 휴림로봇은 지난 한 달간(8월 7일~9월 7일) 12.51% 올랐다. 같은 기간 유진로봇은 146%, 레인보우로보틱스는 41.79% 급등했다. 로봇용 감속기 개발사인 에스비비테크(26.32%), 교육용 로봇 개발사 로보로보(29.08%) 등 다른 로봇주의 주가 상승률과 비교해도 낮다.
휴림로봇은 1999년 설립된 산업·서비스업용 로봇 개발사다. 2006년 로봇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7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3000억원이다. 휴림로봇은 직각좌표로봇, 반도체용 로봇 등 제조업 분야에 필요한 로봇을 생산한다. 사업다각화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6월엔 금호전기 IT 자회사와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휠체어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휴림로봇의 상승이 더딘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주력 상품이 제조용 로봇이란 점이 있다. 휴림로봇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산업용 로봇은 제조공정에 쓰이는 자동화 로봇이다. 이는 작업 상황을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지능형 로봇과 차이가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으로 뛰어들며 로봇 기업과의 협업을 발표하는데, 이는 모두 협업 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 지능형 로봇이다. 로봇 산업에 정통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휴림로봇의 기술력 수준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인기 있는 영역과는 결이 약간 다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휴림로봇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모씨는 범서방파 두목인 고(故) 김태촌씨의 양아들로 알려졌다. 무자본 M&A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경력이 있다.
김씨는 휴림로봇 지배구조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휴림로봇의 최대주주는 6.31% 지분을 가진 휴림홀딩스이고, 휴림홀딩스 최대주주는 부동산 임대업체 제이앤리더스다. 제이앤리더스 대표이사가 실소유주 김씨와 친족간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휴림로봇은 주주 구성이 복잡하고, 이 때문에 때로는 대량 매도가 나오면서 (상승 타이밍에서) 주가가 억눌렸던 적이 있다”면서 “이런 요인들 때문에 굳이 로봇주에 투자하고 싶어도 다른 로봇주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뜬소문도 자주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진출을 발표할 당시 휴림로봇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휴림로봇이 삼성전자 출신 이종진 사내이사를 선임해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풍문이 떠돈 영향이다. 하지만 ‘당연히’ 피인수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휴림로봇 관계자는 “(삼성전자 인수설은) 본사와 관련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주 반복되는 뜬 소문이 수급을 어그러뜨리고, 그 영향으로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휴림로봇이 자율주행로봇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점은 추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휴림로봇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5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7억원을 개발비로 집행했다.
휴림로봇이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휴림에이텍의 거래재개 가능성도 주가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림에이텍 전신인 디아크는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허위 공시 등으로 2021년 3월 거래가 정지됐다. 하지만 지난 7월 기업심사위원회가 디아크에 대한 심의를 속개한다고 결정해 거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휴림에이텍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카나리아바이오엠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재무구조를 개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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