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톡] IFA 2023서 확인된 유럽 시장 공략 키워드…가전은 초절전·AI, TV는 OLED

황민규 기자 2023. 9.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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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비와 실용성, 더 똑똑한 가전이 대세
AI·초절전 기능에 최적화된 가전용 칩 수요↑
유럽은 초대형 TV보단 ‘미들급’ OLED TV 두각
‘스타일러’ 따라한 밀레, 의류관리기도 대중화될까
지난 5일 폐막한 IFA 2023에서 LG전자가 선보인 유럽 특화 가전용 칩 DQ-C./황민규 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최대한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 기술입니다. 탄소중립성이라는 지상 과제는 모바일, PC에 이어 서버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전력을 펑펑 써왔던 데이터센터마저도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에 보조를 맞춰 전성비가 높은 반도체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형성됐습니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도 이 같은 전성비 기술이 가전제품에 녹아들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밀레, 보쉬 등 세계 가전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휘황찬란한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TV 기술 대신 초절전 기능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가전제품 위주로 전시장을 꾸몄습니다.

◇ 전기는 덜 먹고, 똑똑한 가전… 고성능 반도체 탑재 수요↑

과거 냉장고, 세탁기, 오븐, 건조기 등과 같은 대형 가전제품에는 높은 사양의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PC처럼 많은 태스크(Task)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값 비싼 칩셋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삼성전자만 해도 가전제품의 전력을 제어하는 칩은 중국이나 대만의 저렴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를 사용해왔습니다. 이는 밀레나 보쉬 같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유럽을 겨냥한 건조기, 세탁기 등에 탑재될 가전용 칩셋 ‘DQ-C’ 제품의 실물을 공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직접 설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통해 생산됩니다. 지난 7월 출시한 ‘업(UP) 가전 2.0′에서 처음 발표된 이 칩은 LG전자가 추구하는 AI 기능과 초저전력 구동에 최적화되도록 개발됐다고 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LG전자 가전제품과 차이가 있다면, 전기신호를 제어하기 위한 MCU를 다른 업체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계해 주문 생산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차별화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등 개인화 기능이 더 강력해졌으며, AI의 정확도와 시계열 데이터 처리 기능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신경망처리장치(NPU) 탑재를 공언했습니다. NPU는 AI 기능과 초저전력 기능 구현을 위해 스마트폰이나 서버에 주로 탑재되던 고성능 반도체입니다. 이제 가전제품에도 스마트폰처럼 음성인식이나 AI 비서 서비스, 초저전력 기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 구현을 위해 국내 스타트업과 기술 제휴를 맺으며 개발 과정에서 개방적인 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 TV는 초대형보다는 OLED가 강세

5일(현지시각) 폐막한 IFA 2023에서 독일 가전기업 메츠가 선보인 OLED TV 라인업./황민규 기자

IFA 2023의 경우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와 달리 초대형 TV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적당한 사이즈의 OLED TV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북미나 한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 주거 환경 특성상 초대형 TV 수요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예년과 달리 TV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특징적인 TV 제품을 하나 꼽자면 77인치 OLED TV 정도였고, LG전자 역시 최근 유럽 시장에 공식 출시한 무선 TV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M’과 더불어 ‘007 가방 TV’로 유명한 ‘스탠바이미 고’를 전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유럽 현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OLED TV를 쏟아내며 대비를 이뤘습니다. 튀르키예 가전기업 베스텔은 TV 라인업을 OLED 제품 위주로 채웠으며 독일 가전기업 메츠(Metz)도 48인치부터 100인치에 이르는 OLED TV를 전시하며 유럽에서도 대세는 OLED TV라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OLED TV의 유럽 점유율은 42.8%로, 북미(25.2%)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세계 가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리더십을 확인한 것도 이번 IFA의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유럽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진 밀레가 LG전자의 전매특허 상품이나 다름 없는 ‘의류건조기’ 제품 ‘에어리움’을 전시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스타일러라는 제품이 해외에서도 신(新)가전으로서 효용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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