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와중?” “저점 아직?”… 혼란 키우는 ‘경기종합지수’
선행 옳다면 경기 저점 연말… “下高 불가”
동행 옳다면 선행 무의미… 무용론 커질 듯
경기지수 과거 평균 개편 주기 3년10개월
경기종합지수의 최근 흐름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상 1~8개월 뒤의 경기 방향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 하락하다가 지난 4월 바닥을 찍고 ‘V(브이)’자로 오름세다.
그런데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지난 1월 바닥을 찍고 내내 상승하다가 최근 다시 고꾸라졌다. 동행지수가 그려가고 있는 ‘W(더블유)’자 행보가 그간 선행지수가 내다본 방향과는 다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행지수 혹은 동행지수의 현실 왜곡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 방식으로 경기종합지수가 만들어진 지 4년이 흐른 지금, 경기 지표 개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 엇갈린 방향 가리키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8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1월 99.3(2020년=100)으로 바닥을 친 뒤 2·3·4·5월 4개월 연속 반등했다. 그러다 6·7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6으로 근래 가장 낮았던 1월 지수 근처까지 다시 내려왔다.
한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오름세다. 5·6·7월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p), 0.3p, 0.4p 상승해 99.3을 기록했다. 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다. 과거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보면, 이런 선행지수는 짧게는 1개월, 길면 8개월 전 실제 반등에 앞서 예고했다.
선행지수는 3개월 전부터 ‘경기가 비로소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얘기해주는데, 동행지수는 ‘1월 이후 나아졌던 경기가 6·7월 들어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뉜다. 우선 ‘선행지수가 맞고 동행지수가 틀렸다’는 의견이 있다. 이 경우 1월을 저점으로 상반기 형성됐던 동행지수의 반등 흐름은 큰 의미가 없고, 경기 저점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 된다. 선행지수가 저점을 찍은 시기가 4월이고 이런 선행지수는 최대 8개월 전 미리 반등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늦어도 오는 12월이 실제 경기 저점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 경제 상황은 내내 좋지 않을 것이고, 정부가 희망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 저조하고 하반기 회복) 시나리오도 무너지게 된다.
‘동행지수가 맞고 선행지수가 틀렸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경기 저점은 지난 1월이었고, 현재는 회복 국면인데 6·7월 잠시 주춤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1월 전까지 내내 내리막을 걷다 4월 이후에야 반등하기 시작한 선행지수는, 이런 흐름을 예고하지 못했으므로 제 역할을 못한 것이 된다.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 무용론이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 “수출·반도체 관련 구성 지표 가중치 늘려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경기종합지수의 보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금리차나 주가(코스피)가 선행지표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하긴 하지만,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보니 과대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런 혼란은 코로나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고금리·우크라이나 전쟁·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제 충격이 혼재하면서 기존의 경제를 움직이는 규칙에 큰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전통적인 규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니, 새 규칙으로 지수 산출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동행지수에 수출 경기와 관련한 가중치를 늘리는 방안을, 박 연구원은 선행지수에 반도체 수출 물량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동행지수는 광공업생산지수·서비스업생산지수·건설기성액·소매판매액지수·내수출하지수·수입액·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 7개 지표로, 선행지수는 재고순환지표·경제심리지수·기계류내수출하지수·건설수주액·수출입물가비율·코스피·장단기금리차 등 7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국도 경기 선행지수는 계속 떨어지는데, 경기는 계속 좋다고 이야기해 괴리가 있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서비스 분야의 지표가 상당히 좋은데, 이런 호조를 선행지표에 담을 수 없는 문제가 불거졌다”고 했다.
◇ 2019년 마지막 개편… 통계청 “아직 개편 필요성 작다”
통계청은 아직 경기지수 개편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편 논의를 하려면 보통 선행지수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경기 전환점별로 판단한다”며 “가장 최근 설정한 전환점인 2020년 당시 지표를 보면, 8개월 전 예고가 돼 지금 상황에선 선행지표의 역할이 나쁘지는 않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과거 개편 주기를 참고해 보면, 2019년 9월 이후 4년째 유지해 온 현재의 구성 지표를 손봐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통계청은 변화한 경제 상황에 맞게 경기종합지수 구성 지표를 변경하는 ‘개편 작업’을 최초 공표한 1981년 이래 지난 40여년간 총 10차례 해왔다. 평균 개편 주기는 3년10개월이었고, 가장 유지 기간이 길었던 때는 6년(1997~2003년·2006~2012년)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선행성에 관해 관련 지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거나 학계 등 외부에서의 개편 수요 목소리가 커지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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