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바라보는 국제유가…"9월 이후에도 3%대 물가 가능성"

김유승 기자 2023. 9. 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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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등 감산 소식에 브렌트·두바이유 90달러선 돌파
연말까지 고유가 지속할 듯…한은 "연중 물가 상승, 3.5% 전망보다 높아질 수도"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당분간 국내 유가도 추가로 상승할 전망이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2023.9.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00달러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9월 이후 하반기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 안팎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유가 오름세가 지속하면 이같은 전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런던 아이시이(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56달러(0.62%) 오른 9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 5일 90.04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 당 87.54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최근 9 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강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인한 공급 감소 우려 탓이다. 지난 5일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오는 12월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같은날 올해 말까지 하루 30만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을 넘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브렌트유가 올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오를 경우 올해 우리나라 물가 전망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 4%대에서 지속 둔화하며 4월(3.7%) 3%대로 떨어졌고, 6월(2.7%) 2%대로 내려와 7월(2.3%)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7월 이후 줄곧 오름세인 데다, 폭우·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도 오르면서 지난달 3.4%로 상승 폭이 커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8월 반등한 물가 상승률이 10월 이후 3.0% 안팎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예상 범위를 뛰어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시간 간격을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 결정을 하면서 연말까지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해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3%대가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구매하고 있다. 2023.9.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은 국제유가 오름세로 인한 물가 리스크를 증폭하는 요인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지수는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7월(3.9%)과 동일한 수치다. 전월(7월) 대비로는 0.2%p 상승한 만큼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나머지 물가 둔화세가 더디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2.3%에서 3.4%로 1.1%p 오르는 데 석유류 물가의 기여도는 80%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3.3%를, 한국은행은 3.5%를 예상하고 있는데,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이같은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정익 한은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이 브렌트유 기준 평균 84달러인데 현재 90달러로 올랐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4일 종가가 90달러를 살짝 넘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90달러대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이) 전제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희망적 요인은 미국이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대규모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부진을 겪는 중국의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석 교수는 "이란의 원유 증산과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간 어느 쪽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국제 유가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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