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발 '역사 전쟁'..."巨人일수록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워"
[편집자주]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초인은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 민족의 구원자로 등장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 등 역사의 질곡 속에서 조명 받았던 민족의 구원자는 누구였는지, 역사적 평가에서 이들의 위치가 영구불변할 것인지 논란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는다.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 시기를 거치며 홍범도 장군 뿐 아니라 독립유공자 이승만·김구·여운형,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 행적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는 외교관계의 다변화를 표방하는 '균형 외교'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정부와 한미일 3국 관계를 중시하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주도의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에 공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이상적 인물상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영웅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 신냉전이 시작됐기 때문인데 낡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논란은 지도자의 자질부터 외교·민족관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평가를 놓고 첨예해졌다. 지난 3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과보다 공이 훨씬 크다"며 '합당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목한 대상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가리켜 SNS(소셜미디어)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터진 나라에서 싸울 생각은 않고 재빨리 도망가면서 전작권을 전쟁 발발 20일 만에 이양했다"고 비판했다.
이승만 정권 당시 벌어진 6·25 전쟁 중 우리 군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했던 사건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유엔군사령관에게 국군의 작전지휘권(작전통제권)을 이양했던 행적에 대해서는 오랜 세월 논란이 제기돼왔다.
반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5월 전국 9개 민방 공동 특별대담에 출연해 "일제 36년 동안 해외 독립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라며 "1945년 이후 상당히 어지러운 해방 공간에서 김일성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길을 갔고, 6·25를 막아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만든 공이 있다"며 이 초대 대통령을 두둔했다.
박 장관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에 대해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이례적인 이중 서훈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박 장관은 6일 국회에서 백선엽 장군이 친일 행적을 걸었다는 평가의 기반이 되는 일제 강점기 간도특설대 장교 복무 이력에 대해서는 "문 전 대통령 부친은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는데, 친일파가 아니냐"라며 일제 강점기 관직에 올랐던 것이 친일파의 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라고 반박하며 문 전 대통령이 박 장관을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검증 잣대가 엄격해질수록 '역사의 거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행보에 치중했던 인물들만 보훈 대상으로 조명받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좌우 양측 진영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기를 거친 나라엔 사실상 거의 없다"며 "어느 나라든 고대사로 국민이 통합되지만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분열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모든 해로운 성분과 오염성분을 통과한 사람들만 보훈의 대상으로 삼겠다' 하면 미니멀하게 움직인 사람들은 남지만 큰 물고기와 거인들은 다 배제가 된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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