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회계 개혁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공인회계사) 2023. 9. 8. 05: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 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모임통장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이후 무너진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회계 개혁이 추진되었다.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회계업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최근 들어 인터넷 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모임통장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8년 처음 모임통장을 출시한 카카오뱅크의 가입자는 920만명이 넘는다. 모임통장은 동호회 등 각종 모임의 회비를 모으고 관리할 수 있도록 특화된 통장이다. 은행은 낮은 금리로 신규고객을 단체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가입자들은 투명한 회비관리로 모임회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작은 모임이라 할지라도 관리자가 회원에게 돈을 받아 관리하는 경우 투명성과 높은 윤리기준이 요구된다. 작은 물건 하나 구입할 때 에도 영수증을 잘 챙겨야 하고, 정기적으로 회비 사용내역을 공지해야 한다. 사소한 부분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그 모임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임통장을 활용하면 회비의 입출금내역이 실시간으로 회원들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쓰기 어렵다.

돈과 관련된 투명성과 윤리기준은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영자는 주주들이 맡긴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경영자와 주주 간의 신뢰가 깨지면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려워진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이후 무너진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회계 개혁이 추진되었다. 오랜 논의 끝에 2018년 외부감사법을 전면 개정하여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도 및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하고,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수준을 대폭 높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도 늘어났다. 내부 회계 인력을 추가로 늘려야 했고, 감사 시간이 늘어나면서 감사보수도 증가했다. 최근 경기침체와 맞물려 기업들의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은 더 커졌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주기적 지정제는 유지하되, 표준감사시간은 유연하게 적용하고,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도입을 5년 늦추는 보완방안을 발표하였다. 회계개혁 과정에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어렵게 추진된 회계 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보완방안은 회계 개혁의 골격은 유지하되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속도를 조절하고, 운영상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다. 하지만, 회계제도와 같은 인프라 투자는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이므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회계개혁이 안착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회계 개혁에 적극 동참하도록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의 신뢰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회계업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공인회계사)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