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오히려 기회?…뛰는 '정유·기계·조선' 나는 '항공'

양지윤 2023. 9. 8.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산유국 감산에 美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 연일 강세
정유주, 재고 평가이익 증가·정제마진 개선에↑
조선·기계, 원유 채굴 발주 기대감 커져
항공, 유류비 부담에 투심 악화
증권가, '고유가 악재' 공식 깨고 여객 수요 호조세 주목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면서 업종별로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종은 미리 구매한 원유 재고 평가이익이 늘어나는 점이 부각하며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계·조선주도 산유국의 발주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반면 고유가가 악재로 인식되는 항공주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사들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에 에쓰오일, 하반기 17%↑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은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16.79% 올랐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078930)도 각각 10.74%, 6.68% 뛰었다. 조선·건설기계·정유가 주력인 HD현대(267250)도 6.34% 뛰었다. 조선업종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3.09%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항공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7.6% 떨어졌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1.91% 빠졌다.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도 각각 20.05%, 24.99% 급락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정유·기계·조선과 항공업 간 주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은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어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거래는 전거래일 대비 0.98% 오른 87.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11월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0.14% 오른 배럴당 90.6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재고가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공급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수요가 늘면서 원유 수급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와 조선, 기계 관련 종목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정유사의 경우 미리 구입한 원유 재고 평가이익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또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정제마진도 상승해 수익성도 함께 높아진다. 정유사 가운데 에쓰오일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았던 건 순수 정유업체인 점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배터리 사업을 병행하는 SK이노베이션 등과 비교해 실적이 정유 업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류비 부담 커진 항공업 주가 내리막…“견조한 수요 주목”

조선·기계 업종은 유가가 오를수록 산유국들이 원유 채굴 관련 해양플랜트와 건설 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고유가와 맞물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사들은 항공유 부담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사 운영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를 차지한다. 항공사들은 국제유가가 올라간 만큼 추가로 요금을 받아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여객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고유가는 악재’라는 공식을 깨고 항공주에 대해 비중 확대를 조언한다. 여객 수급 불균형으로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항공 여객수가 월별 최대치를 기록한 7월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과 비교해 83.8% 회복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노선 이용객도 2019년 같은 기간의 5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강달러 기조에서도 미국 노선 여객수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엔저에 힘입어 일본 관광 수요도 폭증하고 있어 항공사들의 3분기 국제선 탑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운임 역시 팬데믹 이전보다 30~40% 상승해 유류비 상승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력이 낮은 비즈니스 수요가 좋고, 중단거리는 환율상 이점이 있는 일본으로 여행객이 몰리고 있어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전가하더라도 여객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유가와 환율은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을 때만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수요 증가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