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선 지켜라" 보험사, 올해 받은 사전 경고장만 '6개'

유은실 2023. 9.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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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운영규정 시행 8년...감독행정 절반은 '보험사'
"'건전성·소비자 보호' 이슈 큰 보험사에 집중될 수밖에"
올해 들어 건수 늘어…"신상품·신시장 개척에 브레이크"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장기기증자 차별하지 마라” “15세 초과 가입 상품에 어린이 용어 쓰지 마라” “변호사선임 비용 특약 탑재 보장금·보험료 적정성 검토하라”

‘감독행정작용’을 담은 금융규제 운영규정이 시행된 지 약 8년이 지난 가운데 올해 보험사가 받은 감독행정작용이 전체 금융권의 과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행정작용이란 금융사가 법령에 정한 선을 지키도록 당국이 직권으로 지침을 제시하는 행위다. 업계는 이를 ‘사전 경고장’으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 ‘상품개발 자율’ 보험사에 법적 지침 몰린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이 보험사에 내린 감독 행정작용은 총 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전체 금융권이 받은 감독 행정작용(11건)의 절반이 넘는다. 은행과 상호금융권이 각각 감독 행정작용 2건씩, 증권업계가 1건을 받았다.

금감원 감독행정작용에서 보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규제 운영규정이 신설된 지난 2016년 이후 8년 동안, 금감원이 발표한 감독 행정작용 건수(79건) 중 47%(37건)이 보험업계 관련 내용이다. ‘시행 건수’로 따지면 비중은 더 커진다. 시행 중인 감독행정작용 규모는 현재 46건인데, 보험업권에서만 74%(34건)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 행정작용은 법령상 의무를 신설한다기 보다는 금융사들이 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지침”이라며 “금융사들한테 현재 있는 법을 준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다른 업권과 달리 상품 개발이 자율화돼 있다”며 “소비자 이슈가 큰 권역인 데다, 법규에도 상품 개발과 관련된 기본 지침만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줘야 하는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이 가장 최근 받은 감독행정작용은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험계약 인수시 유의사항’이다. 일부 보험사가 합병증이나 추가치료가 없는 장기기증자에게 장기간 보험가입 제한을 하거나 보험료에 할증을 붙이는 등 차별적인 인수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자료를 통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에서는 누구든지 장기 등 기증을 이유로 기증자를 차별대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보험사는 계약인수기준을 개선해 장기기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차별을 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대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일명 ‘어른이보험’에 대한 제동도 감독 행정작용을 통해 이뤄졌다. 30대도 가입 가능한 어린이보험은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상품 특징과 보장내용에 부합되지 않는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이 약 1년 전 처음 선보인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특약도 감독 행정작용을 통해 제한됐다. 교통사고는 합의 과정이 있어 변호사선임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보험가입금액이 실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수준인 1억원으로 확대돼서다. 결국 당국은 감독 행정작용을 통해 보장액을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규제 체계, 보험산업 발전 저해 여부 따져봐야”

보험 산업이 국가 경제 및 소비자 삶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에 건전한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보험사들이 법적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대로 사업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업계는 올해 들어 규제 건수가 많아지면서 규제 예측 가능성이 과거 대비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저출산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시장 개척을 할 때마다 브레이크가 걸리는 게 힘들다는 의견이다.

허연 중앙대학교 보험경영 교수는 “금감원의 주안점은 소비자보호 원칙임이 틀림없고 이를 위해 감독 및 규제를 해야 한다”면서도 “금융권에 그림자규제는 암묵적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상품 개발·신시장 개척에 대한 규제 정도를 면밀히 따져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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