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진심 ‘북펀드 달성률’서 책의 성패가 보인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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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들 사이에서 다시 '북펀드'가 화제다.
젊은 세대 독자에게 소구하는 방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북펀드는 출간 전부터 온라인에서 책을 홍보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언어의 온도'(2016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018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2020년),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2023년) 등이 모두 북펀드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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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된 식물들
에르메스 조향사가 안내하는 향수 식물학의 세계
장 클로드 엘레나 글, 카린 도어링 프로저 그림, 이주영 옮김 l 아멜리에북스(2003)
출판인들 사이에서 다시 ‘북펀드’가 화제다. 젊은 세대 독자에게 소구하는 방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북펀드는 출간 전부터 온라인에서 책을 홍보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펀드의 역사는 10년쯤 됐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도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마련된 북펀드는 대형 출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출판사들에게는 마른 가뭄에 단비 같은 제도였다. 독자들에게 미리 신간 도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도서 출간을 위한 제작비 일부를 마련할 수 있는, 그리고 표지 시안이나 편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독자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언어의 온도’(2016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018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2020년),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2023년) 등이 모두 북펀드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뿐 아니라 온라인 서점들도 활발하게 북펀드를 진행하고 있다. 북펀드에 가장 열심인 온라인 서점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은 ‘좋은 책에 투자하는 당신의 안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주목할 만한 신간의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백만 원에서 6백만 원까지, 수십 종의 신간들이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북펀드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마감일 전에 목표 금액을 달성한다. 북펀드 목표 금액의 몇 퍼센트를 달성했는가를 보면, 그 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14,733,000원, 602권 펀딩 / 목표 금액 1,500,000원 / 총 589명 참여” “‘향수가 된 식물들’로 출간되었습니다.” “2023년 7월12일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8월30일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향수가 된 식물들’의 인기가 놀랍다. 북펀드 목표 금액의 천 퍼센트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책답다.
특정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주황색 표지와 ‘이것이 바로 책의 물성이다’라고 뽐내는 듯한 간결하고 멋진 디자인이 공감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북펀드 기간 굿즈로 선보인 시향지 5종 세트는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름도 생소한 작은 출판사가 만든 책치고는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정성이 느껴진다.
‘향수가 된 식물들’은 세계적인 향수를 탄생시킨 마스터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가 쓴 책이다. 각종 식물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어떻게 인간을 매혹시키는 향수로 재탄생하는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실제로 은은한 향기가 날 것 같은 매혹적인 그림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식물에서 탄생한 향기에 대한 호기심이 상승하면서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향을 조합해 향수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저자지만,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쉽고, 짧고, 가벼운 책 일색인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런 책이 묵직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 만드는 사람의 진심을 알아주는 독자들의 응원이 느껴져 흐뭇해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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