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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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날렵한 시를 쓰는 윤제림 시인의 이 시 역시 사진 한장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졸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은 아예 엎드려 있었고 두 사람은 의자 뒤로 몸을 젖혀 코 고는 소리를 심하게 내고 있어서였다.
어떤 이들은 수고를 너무 거하게도 많이 해서 구슬프고, 수고를 많이 한 누군가에 비해 수고를 덜한 것 같아 구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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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날렵한 시를 쓰는 윤제림 시인의 이 시 역시 사진 한장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사진에서 새로 지은 밥에서 나는 김이 얼굴을 감싸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나도 이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저녁 시간에 맞춰 혼자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는 이미 세 사내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차림으로만 보아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었는데 이미 소주 두병을 비워가고 있었다. 무더운 날 뙤약볕 아래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소주 한잔을 하자고 마음을 맞춘 것 같았다.
나에게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가 들어간 주방에서 도마 소리와 가스불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심결에 세 사내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는데 아뿔싸, 세 사람이 동시에 자고 있었다. 졸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은 아예 엎드려 있었고 두 사람은 의자 뒤로 몸을 젖혀 코 고는 소리를 심하게 내고 있어서였다. 나의 식사가 나왔지만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게 사내들의 짠한 모습이 눈을 찔렀다. 주인조차도 그 모습을 보고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버럭 소리를 질러 그들을 깨우려던 마음을 거두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저녁은 구슬프다. 어떤 이들은 수고를 너무 거하게도 많이 해서 구슬프고, 수고를 많이 한 누군가에 비해 수고를 덜한 것 같아 구슬프기도 하다.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안 들 때도, 다음 계절이 영 오지 않을 것처럼 불안할 때도 세 사내의 곤히 잠자는 풍경은 자주 깊게 사무친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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