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신협력 지렛대로 대북제재 '중국 역할론' 요구한 윤 대통령
대북 제재 요구하며 한중 협력 물꼬 틔워…"중국,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
(자카르타·서울=뉴스1) 나연준 최동현 정지형 기자 =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역할론'을 띄우며 대(對)중국 전략 외교를 본격화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설'이 부상하자,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며 한중 협력을 제시했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전례없이 공고해진 '한미일 협력'을 지렛대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51분간 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가 공식 대좌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이후 10개월 만에 성사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의 단독 회담이었다.
리 총리는 한중 관계를 "가까운 이웃"이라고 표현하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가속화 등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를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에 호응하면서도 중국이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에 협력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라며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며 "북한이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대북 제재 동참' 요구에 즉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리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먼 친척보다도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양국 우호와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가 첫 회담에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서로 주고받은 셈인데,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실리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르면 다음주 북러 정상회담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명확히 요구하고, 비교적 소원했던 한중교류의 물꼬까지 텄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6일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7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세 차례 다자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세계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실존적인 위협"이라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공조를 역설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대표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며 이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단호한 외교'는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완성한 '신(新)한미일 협력'이 그 원천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 협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신냉전 구도의 무게추가 기울었고, 경제적·안보적 이유로 '북중러 체제'에 편입되지 않으려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낼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세계질서가 신냉전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진영 대결로 가면 경제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를 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북한에 대한 문제인식, 북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어떤 역할을 도모하고 싶은지, 한반도 문제에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무엇인지 내비쳤기 때문에 (중국도) 이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리 총리가) 돌아가서 검토 과정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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