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도 달려간다…반도체 '인재 전쟁'
SK하이닉스 실무진 고교 강의…떡잎 찾기 안간힘
위기감 팽배…외국인도 채용·계약학과 혜택 강화
올해 하반기 채용시즌 반도체 업계의 '인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CEO(최고경영자)부터 실무진까지 직접 현장에 나와 반도체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대학은 물론이고 고등학생까지 '인재확보' 대상이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인력 선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은 연평균 1만~1만5000명 가량을 채용하는데, 지난해 5년간 8만명을 순차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지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를 위해 최고경영진도 직접 현장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올해 주요 대학 5곳을 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매년 해외에서 진행하던 '테크 앤드 커리어(T&C) 포럼' 장소를 올해는 한국으로 옮겼다. 경 사장은 지난 5일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여러분이 삼성 반도체에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경 사장의 강연은 앞으로 두 차례 더 진행된다.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부문별 사업부장(사장)들도 지난해에 이어 주요 대학을 찾는다. 대학에 주요 경영진이 대규모로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행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영진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팀장급 실무진이 직접 고교생을 만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전국 17개 고등학교, 20개 학급(일반고 14개·마이스터고 4개·과학고 2개)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반도체 교실, GO! 반도체 hy-스쿨'을 진행 중이다. 수십 년간 반도체를 연구한 사내 교육 전문 강사(팀장급)와 해당 고등학교를 졸업한 SK하이닉스 구성원이 참여한다.
반도체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채용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채용을 진행했다.국내 체류 중인 석·박사생 졸업요건 등을 충족한 외국인이 채용 대상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매년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인재를 초청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혜택도 강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학교 반도체계약학과 학생 전원을 미국 캘리포니아 UC데이비스(UC Davis)에서 2~3개월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연구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전국 4곳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며 올해 초 울산과기원(UNIST) 등 과학기술원 3곳에 추가로 관련 학과를 개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망 이슈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인재 확보에 두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갈등이 잠시 주춤할 때최대한 우수 인력을 먼저 확보해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서둘러 인재를 확보해 둬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을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격차와 별개로 '일할 사람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는 2031년 30만4000명으로 늘어나는데, 5만4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에서 무차별적으로 국내 반도체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반도체 경쟁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자국 반도체 일자리가 2030년까지 11만 5000개로 늘어나지만, 이 중 6만7000개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전자정부기술산업협회(JEITA)도 주요 기술기업에 3만5000여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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