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인간화 신장' 가진 돼지 배아, 대리모에서 28일간 배양 성공"

이주영 2023. 9.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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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구팀 "대리모 몸속 키메라 배아에서 '인간화 신장' 정상적 형성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중국 연구팀이 신장 형성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 배아에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주입해 인간과 돼지 세포를 모두 가진 키메라 배아를 만들고 이를 대리모 돼지에 이식, 28일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반 돼지 배아(WT)와 '인간화 신장'을 가진 배아(E25·E28) 비교 대리모 돼지에 이식된 '인간화 신장'(humanized kidney)을 가진 배아(E25·E28) 신장에는 일반 돼지 배아(WT)와 달리 인간화 신장 세포(빨간색 형광)가 많이 보인다. [Wang, Xie, Li, Li, and Zhang et al./Cell Stem Ce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과학원(CAS) 광저우 바이오의학보건연구원(GIBH) 량쉐 박사팀은 과학저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서 인간과 돼지 키메라 배아(chimeric embryo)를 만든 뒤 대리모 돼지에 이식하고 28일간 키워 인간화된 신장이 정상적인 구조와 세뇨관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전 연구에서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인간 혈액이나 골격근 같은 조직을 돼지 몸속에서 만든 적이 있지만 다른 종의 몸속에서 인간화 고형 장기를 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로 장기 생성을 정지시킨 돼지 배아를 통해 인간화된 원시 장기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이는 재생의학에 흥미로운 길을 열고 인간 신장 발달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량 박사는 "쥐 장기를 생쥐에서, 생쥐 장기를 쥐에서 생산한 적은 있지만 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성장시키는 시도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 접근 방식으로 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성장시키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장을 연구 대상으로 한 이유로 신장이 배아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장기 중 하나이고 신장이 가장 많이 이식되는 장기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돼지 배아에서는 돼지 세포가 인간 세포를 압도할 뿐 아니라 돼지 세포와 인간 세포에 필요한 생리적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통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돼지 키메라 배아 만들기와 대리모 이식 및 성장 과정 [Wang, Xie, Li, Li, and Zhang et al./Cell Stem Ce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 문제를 세 가지 방법으로 극복했다.

먼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로 단세포 돼지 배아에서 신장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 2개를 제거했다. 돼지 배아에 주입될 인간 줄기세포가 돼지 고유의 신장과 경쟁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어 돼지 배아에 주입할 인간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일시적으로 세포자살(apoptosis)이 일어나지 않게 만든 다음 이를 특수 배지에서 배양해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만능 줄기세포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발달 중인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하기 전 인간 세포와 돼지 세포가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각각에 필요한 영양분과 신호를 제공하며 배양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거쳐 총 1천820개의 배아를 대리모 돼지 13마리에 이식하고, 25일 또는 28일간 성장시킨 후 배아를 추출해 키메라 배아에서 인간화된 신장이 제대로 형성됐는지 평가했다.

일반 돼지 배아(WT)와 '인간화 신장' 배아(E25·E28)의 신장 세포 비교 대리모 돼지에 이식된 '인간화 신장'(humanized kidney)을 가진 배아(E25·E28)의 신장에는 일반 돼지 배아(WT)와 달리 인간화 신장 세포(빨간색 형광)가 많이 보인다. [Wang, Xie, Li, Li, and Zhang et al./Cell Stem Ce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석 결과 키메라 배아의 신장들은 모두 구조적으로 발달 단계에 맞게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장 구성 세포 가운데 50~60%가 인간 신장 세포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리모 이식 25~28일에 신장들은 발달 두 번째 과정인 중신(中腎·mesonephros) 단계에 있었고, 신장과 방광을 연결하는 요관이 될 세뇨관과 전구 세포들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간 세포가 윤리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신경조직이나 생식선 같은 배아의 다른 조직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인간 세포는 대부분 신장 형성에만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인간-돼지 키메라 배아에서 인간화된 신장을 성장시키는 최적화된 조건을 찾았다며 앞으로 신장을 더 오래 발달시키고 돼지에서 심장과 췌장 같은 다른 인간 장기를 생성하는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 목표는 인간 장기 이식을 위해 기술을 최적화하는 것이지만 이 작업은 복잡하고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돼지에서 완전한 기능을 갖춘 인간화 장기를 성장시키려면 여러 가지 추가적인 단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논문 출처 : Cell Stem Cell, Wang, Xie, Li, Li, and Zhang et al. 'Generation of a Humanized Mesonephros in Pigs from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via Embryo Complementation' https://www.cell.com/cell-stem-cell/fulltext/S1934-5909(23)00286-2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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