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플루언서, 자녀와 수익 나눠야”...유튜브 출연 아동, 최초로 ‘법의 보호’받는다

이유진 2023. 9.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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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중국인 자폐 아동을 입양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 아빠의 호통에 놀라는 아기의 귀여운 반응을 담은 영상··· 아이들을 촬영해 콘텐츠로 파는 것이 유행이지만 아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는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처음으로 입법됐다.

일리노이주(州) 의회는 자녀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보호자를 가리키는 '맘플루언서'(엄마+인플루언서)가 아이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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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많은 키즈 유튜브 최초 규제한 일리노이
"자녀 찍어 번 돈, 신탁 예치하라" 아동 수익 보장
신체·정서적 학대, 사생활 유출은 여전한 과제
촬영용 조명 앞에 선 여성이 어린 딸과 함께 화장을 해보는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인이 중국인 자폐 아동을 입양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 아빠의 호통에 놀라는 아기의 귀여운 반응을 담은 영상··· 아이들을 촬영해 콘텐츠로 파는 것이 유행이지만 아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는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처음으로 입법됐다. 일리노이주(州) 의회는 자녀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보호자를 가리키는 ‘맘플루언서’(엄마+인플루언서)가 아이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워싱턴주와 메릴랜드 주 등도 입법을 추진 중이고,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등도 검토를 시작했다.


"재정적 이익에 눈먼 부모로부터 아이들 보호해야"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리노이주는 지난달 부모나 보호자가 16세 미만의 자녀를 소셜미디어에 등장시켜 얻은 수입 중 일정 비율을 신탁 예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조회수 1건당 약 100원 이상의 수익이 나고 어린이 출연 분량이 30% 이상인 콘텐츠가 대상이다. 아이가 18세가 되면 신탁 자금을 쓸 수 있다.

‘어린이 인플루언서’가 보호자에게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착취·학대당하는 것을 막는 것이 입법 취지다. 몇 년 전 올라온 유튜브 영상이 계기였다. “넌 지금 강아지가 병에 걸려서 슬퍼. (영상을 찍어야 하니) 우는 표정을 지어 봐”라고 재촉하는 부모에게 어린 소년이 “엄마, 나 정말 울고 있어요”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2021년 9월 한 육아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서 "슬퍼하는 포즈로 내게 기대라"며 우는 아들을 재촉하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고 들어갔다. 해당 영상 앞부분에서 이 유튜버는 "강아지가 병에 걸렸다"며 아들에게 만우절 거짓말을 했고, 속은 아이는 눈물을 터뜨렸다. 트위터 캡처

이 영상을 본 15세 소녀 쉬레야 날라모투가 온라인 콘텐츠 속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안 초안을 작성해 주의회에 보냈고, 데이브 코흘러 주 상원의원이 화답하며 법안이 발의됐다. 알렉스 고프 일리노이주 대변인은 법안 통과를 두고 “자녀의 재능을 재정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 굶기고 때리고 정서적 학대...사생활 유출도 여전

일리노이와 워싱턴의 입법 과정에 참여한 아동 인플루언서 출신의 캠 배렛은 “어머니의 SNS를 통해 내 월경 주기 관련 정보와 사고로 의식을 잃고 입원했을 때의 사진 등이 유출됐다”며 “아이들은 돈을 위한 퍼포먼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 유튜브 채널인 '8 패신저스'를 운영하는 유튜버 루비 프랭크가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 그는 지난달 31일 자녀들을 폭행, 감금, 굶기는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8 패신저스' 페이스북 캡처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익 문제만 건드렸을 뿐 아동 학대 문제를 비롯한 윤리적 구멍은 막지 못했다. 지난 1일 미국에서는 구독자가 250만 명인 육아 유튜버가 자녀들을 때리고 굶기는 등 아동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타인이 온라인에 올린 영상과 사진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 즉 ‘잊힐 권리’를 명시한 조항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코흘러 의원은 “개인 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 문제가 충돌했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문제였다”면서 추가 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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