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한·미·일 협력 강화는 중국 염두…북, 더 잃을 게 없어 러와 군사협력”
“북·러 밀착, 김정은 잃을 게 없다”
“한·미·일 격상, 중국 대응 발판 마련한 것”
브루킹스연 세미나서 “동맹 기반 대중전략” 강조
“경제와 달리 기후변화 등 생태 디커플링 못해”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설을 비롯해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무기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은 중국과 신냉전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가 끝난 뒤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최근 북·러 간 밀착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으로선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심화하는 것 외에는 대외적으로 선택지가 얼마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이 교수는 중국이 북·중·러 차원의 군사협력에는 다소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중국도 분명 러시아와의 군사훈련 등 협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무기 지원 등 공개적으로 눈에 띄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을 경고해온 상황에서 공개적인 행보를 택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이 교수는 최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격상된 한·미·일 협력 체제가 궁극적으로 ‘중국 억지’를 목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의체가 미국의 중국 억지 구상에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 3자 협력의 첫번째 초점은 북한(의 도발) 억지이지만, 기저에는 중국 대응을 위한 발판 마련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미·일 협력 강화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와 관련해선 “북한 정권이 대북정책 등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를 더 이상 이간질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누구?
나이 교수는 미국 외교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외교정책위원·국방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가 창시한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 이론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윤 대통령과 대담을 하기도 했다.
나이 교수는 이날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 ‘글로벌 차이나’ 발간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도 한·미·일 3국 협력이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과 제도에 기반해 대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오커스 결성에 이어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 전략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언급하며 “이는 중국 문제가 대두하기 전에 이뤄졌는데 그만큼 (미·일동맹) 관계 강화가 대중 전략의 기반(bedrock)이 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나이 교수는 지금의 미·중 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할 지 여부는 신냉전의 개념 정의에 달려있다면서 “신냉전이 실제 싸우지 않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신냉전이 맞다. 하지만 역사적 개념으로 본다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중 관계가 미·소 신냉전 때와 다른 결정적 차이점으로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더불어 기후변화, 팬데믹 대응 등 생태적 차원의 상호의존성”을 언급했다. 이어 “경제 분야에서 디커플링한다고 하더라도 미·중이 생태적 차원에서 디커플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역내 국가들은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원한다. 전통적인 냉전의 전략처럼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내 국가들 역시 중국에 의해 통제받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중국의 괴롭힘을 막기 위해 미국이 역내에서 안보·군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목표로는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등 ‘열전’(hot war)을 피하고,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하며,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미국의 힘을 키우는 것”을 제시했다.
나이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중 관계 변천사를 들어 미국과 중국이 ‘항구적 경쟁 관계’에 돌입했다는 일각의 시각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미·중은 처음 20년 간은 총을 들고 서로를 죽였고, 그 다음 20년은 함께 소련에 대항하는 사실상의 동맹으로 발전했다. 그 이후 20년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면서 서로 깊이 관여했고, 2016년 즈음부터 치열한 경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미·중이 한국전쟁 등 1950년대 무렵부터 냉전기 격렬하게 충돌하다가, 1970년대 ‘데탕트’를 맞이하면서 소련 견제에 나섰고, 그 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경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이 교수는 “이처럼 양국 간에는 네 가지 종류의 매우 다른 관계가 존재했고, 분명 이 중 더 나은 것도 있었다”면서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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