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3명 다시 눈앞···"애 좀 그만 낳으세요" 호소하는 이 나라

김태원 기자 2023. 9. 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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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이집트 정부 스크린에 실시간 인구가1억명을 돌파했음을 확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울경제]

올해 한국의 출생률이 0.6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이집트가 급격히 불어난 인구 탓에 경제 위기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급증에 따라 실업난, 주택난 등이 더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최고 율법 해석기관이 직접 출생아 제한을 옹호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압둘파타흐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출생아 제한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출생 규제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인구 과잉 문제는 이집트 사회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과 의료에 쓸 정부 예산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인구는 2000년 7137만명에서 2010년 8725만명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인구 1억명을 돌파했다. 저출생 위기에 시달리는 선진국과 달리 이집트의 합계출생률은 3명에 근접한다. 유엔은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 이집트 인구는 1억 28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심의 거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생률은 1990년 5.2에서 2010년 3.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 이후 계속 오름세다. 2015년에는 3.44로 치솟았다.

엘시시 대통령은 2014년 집권한 뒤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출생아 제한 정책을 펼쳤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2021년 합계출생률은 2.9명(2021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목표치(2.11명)를 크게 웃돈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라 경제난은 심화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빈곤율(전체 인구 대비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은 2015년 27.8%에서 2020년 31.9%로 증가했다. 실업률도 7%대에 육박했다. 지난해부터는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은 36.5%로 나타났다. 이집트 정부는 빈곤층을 달래기 위해 공공 지원금을 살포했다.

이집트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도 했다. 정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조건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경제난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정부 지출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워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긴급 식료품 지원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는 약 7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주거 지역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물과 농지가 부족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이집트는 약 4% 국토에 인구의 95%가 몰려 거주한다.

용수를 나일강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 국가 에티오피아가 대형 댐을 가동할 예정이서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시 대통령 정부가 인구 급증을 '위협'으로 여긴다면서도 전략과 행동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아인아인샴스대학의 산부인과전문의 아므르 A 나딘 박사는 "정부가 인구과잉 문제에 대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진정한 대처 전략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최근 최고 율법해석 공표 기관인 ‘다르 알-이프타’는 “출생아 제한과 이에 관한 규정은 신의 뜻에 대한 참견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최고 율법해석 기관이 이런 메시지를 발표한 이유는 이집트의 주류인 이슬람교도들이 출생아 제한에 대한 잘못된 종교적 해석 탓에 가파른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자녀를 축복으로 여기는 전통과 종교적 가르침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 가족 계획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은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생률이 0.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기록한 역대 분기별 출산율 최저 기록과 같은 수치다. 연말로 갈수록 아기가 덜 태어나는 경향을 보이므로 이대로면 올해 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합계출생률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0.78명을 기록했는데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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