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의평가, 변태적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 확보”

김연주 기자 2023. 9.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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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강사들 “수능 본질 살렸다”
2024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 원서접수 기간을 앞둔 7일 서울 강북종로학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른 한 수험생이 선생님과 배치참고표를 보며 입시 상담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 6일 치러진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대해 일타 강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이 7일 “킬러 문항이 빠졌지만 변별력이 유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시험은 현 정부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초고난도인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후 치른 첫 평가다. 킬러 문항이 빠져도 적절한 변별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이었다.

메가스터디 일타 수학 강사인 현우진 강사는 6일 인터넷에 올린 ‘수학영역 총평’ 동영상에서 “킬러는 없었다. (과거 킬러가 자주 나왔던) 15번, 22번, 30번 어떤 것도 어렵다고 볼 수 없다. 아주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모의평가)은 내가 해설하면서도 ‘시험이 뭐 이렇게 어렵나’ 생각했다.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비 꼬고 계산도 많고 그랬는데 전 이게(9월 평가) 맞는다고 본다. 더 건강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정말 공부한 만큼 보상을 받는 시험이기 때문에 아주 출제가 잘됐다고 제가 감히 평가한다. 난이도는 ‘중에서 하’ 정도”라고 말했다. 현 강사는 또 “수능 시험의 변태스러움이 과감하게 없어졌다. 그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애들이 공부하기가 이게 적절하지 않나. 우리나라처럼 공부만 하는 데가 어딨나. 긍정적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했다. 현 강사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지시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애들만 불쌍하지. (중략)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는 비판 글을 올렸었다.

메가스터디 영어 일타 조정식 강사는 “압도적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변별력은 전체적으로 잘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조 강사는 “킬러 문항이 확실했던 시험에선 킬러 몇 개만 배제하면 대부분 글을 대충 읽고 주제 정도만 파악하면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면서 “전체 글을 제대로 읽는 능력이 있어야 풀 수 있다. 킬러는 배제하되,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능 본질을 찾는 데 정확히 일치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엔 ‘빈칸 채우기’ ‘문장 삽입’처럼 킬러 유형이 정해져 있어서 2등급을 노리는 학생은 ‘빈칸은 버리자’는 전략이 가능했지만, 이젠 그런 패턴이 없어졌다”면서 “(올 수능에선) 특정 유형 버릴 생각하지 마라”고 했다.

메가스터디 국어 과목 일타인 강민철 강사도 “어려운 문제는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변별력은 충분히 갖춘 것 같다. 전 영역이 적당히 까다롭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한 영역도 쉬어갈 게 없었다. 독서면 독서, 문학이면 문학 한 영역에 ‘몰빵’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매일 고르게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수능에서 시간 관리를 잘하라고 강조했다.

통상 메가스터디 일타 대표 강사들은 모의고사 총평을 당일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했지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녹화 영상을 올렸다. 교육계에선 입시 업체들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당사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말실수할까 봐 녹화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대성학원은 올해 개원 이래 처음으로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킬러 교재를 판매해 온 학원이 눈치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입시 업체들은 킬러 문항이 없었는데도 국어와 영어는 지난 6월 모의고사보다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학은 학생 수준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쉽게 느껴졌지만, 그다음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늘어나 2등급 이하 학생들에겐 오히려 어려웠다는 것이다.

반면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수학 12번 수열 문제는 여백을 다 써도 부족할 정도로 아주 끈질기게 여러 수를 대입해봐야 하는데, 그런 식의 풀이 과정은 학교 교육 과정에선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그런 문제들이 계속 있으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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