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복판에 바글바글...中서 ‘불법이민’ 온 매미와 전쟁
“아악.” 5일(현지 시각) 오후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인근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던 여성 두 명이 소리를 질렀다. 이들이 서둘러 도시락을 챙겨 떠난 자리에는 검은색 점박이 날개를 가진 몸길이 2.5㎝짜리 벌레가 주황색 속 날개를 내비치며 기어다니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건물 한쪽 구석에 같은 종류 수십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일부는 개구리가 점프를 하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뉴요커들은 ‘랜턴플라이(lanternfly)’라고 부르는 꽃매미와 전쟁 중이다. 중국 남부가 원산지로 한국에서도 농작물을 황폐화시키는 유해생물로 악명을 떨친 꽃매미가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온 것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4년 펜실베이니아에서 처음으로 목격된 뒤 14개 주로 퍼졌다.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반입된 조경석에 붙어있던 알덩어리를 통해 ‘불법 이민’한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에는 2020년 8월 스태튼 아일랜드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올해 유독 출현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심 맨해튼에서 멀쩡히 길을 가던 사람도 갑자기 꽃매미가 날아와 옷에 붙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에는 지난 6월 뉴욕 도심에서 확인된 꽃매미 목격 사례가 1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코넬대 곤충학자인 브라이언 애슈노어 등은 지구 온난화 여파로 더 많은 꽃매미가 부화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지 언론에서는 꽃매미 퇴치법을 안내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꽃매미를 죽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한 발을 높이 들어 바닥에 내리쳐서 벌레를 납작하게 만드는 고전적 방법’ ‘말아 올린 잡지나 손으로 때려 잡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꽃매미가 많이 있는 장소 사진을 올려 ‘좌표 찍기’를 한 뒤 ‘죽여야 한다’고 선동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뉴요커들이 거리낌없이 꽃매미 퇴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징그러운 외모뿐 아니라 ‘미국의 자연을 위협하는 외래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 농무부는 꽃매미를 아프리카거인달팽이·멕시코과일파리 등과 함께 외래종 유해 생물로 지정하고 퇴치를 독려하고 있다. 꽃매미의 애벌레와 성충 모두 나무의 즙을 빨아먹기 때문에 포도·사과·호두 등의 농사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포도주 양조장이 많은 롱아일랜드 지역의 포도나무들이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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