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 10기’… 스페인 명문 콩쿠르 우승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9전 10기’. 최근 제56회 스페인 프란시스코 타레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조대연(31)씨가 꼭 그런 경우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같은 명곡을 작곡해서 ‘클래식 기타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를 기리기 위해 이 대회는 1967년 창설됐다. 영국의 기타 명인 데이비드 러셀(70) 등이 우승한 대회로 유명하며, 한국인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는 우승 직후인 6일 전화 인터뷰에서 “18세에 멋도 모르고 처음 참가한 뒤 올해가 10번째 도전이었는데,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내 경우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2010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했지만, 당시 결과는 1차 탈락. 그는 “테크닉부터 표현력과 박자감까지 모두 갖춘 쟁쟁한 실력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참가했다. 내 부족한 실력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듬해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서 본격적으로 재도전에 나섰다. 나이 어린 영재들을 선호하는 피아노 같은 다른 기악 경연 대회와는 달리, 기타 콩쿠르는 서른이 넘어서도 얼마든지 참가 가능하다. 이 대회 역시 36세까지 참가할 수 있다. 2014년부터는 최종 결선에 진출했고 특별상도 받았지만, 순위 입상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군 복무를 마치고 재도전한 2021년 대회에서 2위에 올랐고 올해 10번째 도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전역 이후에 손의 감각을 잃을까 봐 걱정이 적지 않았는데 하루 5~6시간씩 거르지 않고 연습한 끝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도 의왕·수원 등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통기타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께 간단한 코드를 배워서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기타를 치면서 가요를 부른 것이 출발점”이라고 했다. 중학교 때에도 실은 전기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동네 음반점에 달려갔다. 하지만 록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대신에 클래식 기타의 전설 안드레스 세고비아(1893~1987)의 음반을 고르는 바람에 클래식 기타의 매력에 눈떴다고 했다. 그는 “만약 그때 클랩튼의 음반을 샀으면 지금쯤 신나게 록 기타를 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기타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클래식 기타는 서양 음악사에서도 젊은 악기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쿠바 출신의 세계적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레오 브라우어(84)의 소나타 8번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조씨는 “세고비아 같은 명인들도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위촉하고 연주하면서 클래식 기타의 지평을 넓혔다. 마찬가지로 저도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발굴하는 전문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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