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보다 머리 좋다”… 中 텐센트, 美 보란듯 AI챗봇 공개 행사

선전/이벌찬 특파원 2023. 9.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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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전쟁] 中 선전 ‘텐센트 행사’ 르포
7일 오전 중국 선전시에서 열린 ‘텐센트 글로벌 디지털 에코 시스템 서밋(DES)’에서 첫 주자로 나선 다우손 통(Dowson Tong) 텐센트 수석 부사장이 자사의 첫 생성형 AI ‘훈위안(混元)’을 소개하고 있다. 텐센트에 따르면 훈위안은 화상회의 요약 등에서 GPT3.5를 앞섰고, 엑셀 공식 생성 정확도에서도 82%를 기록해 GPT3.5(71%)보다 높았다./ 선전=이벌찬 특파원

“오픈AI의 ‘챗GPT’보다 수학 머리가 좋습니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라마2’보다 거짓말을 덜 합니다.”

7일 오전 중국 선전시에서 열린 ‘텐센트 글로벌 디지털 에코 시스템 서밋(DES)’에서 장제 텐센트 부사장은 텐센트의 첫 생성형 AI ‘훈위안(混元)’을 선보이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판 챗GPT’인 훈위안은 중국어로 하늘과 우주를 뜻한다. 삼성전자(420조원)보다 시가총액이 24% 많은 중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 1위 게임 회사인 텐센트(시총 522조원)에서 출시한다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바이두의 어니봇(3월), 알리바바의 퉁이첸원(4월), 바이트댄스의 윈췌(8월)에 이은 중국 빅테크의 챗GPT 대항마이다.

그래픽=송윤혜

훈위안은 채팅방에서 대화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상 회의, 광고 제작, 오피스 프로그램, 게임 등 5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에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 텐센트 측은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가능해 오픈AI의 챗봇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다우손 퉁 텐센트 수석 부사장은 “텐센트가 초거대 AI 모델을 완전히 수용하는 시대로 진입한다”면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는 차세대 디지털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훈위안을 통해 각자의 입맛대로 AI 모델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데이터와 결합하면 금융·공공서비스·소셜미디어·전자상거래·물류·게임 등 전(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훈위안의 세 가지 장점으로는 신뢰도가 높고, 윤리적이고, 초(超)장문의 텍스트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조됐다. 시연에서 ‘관우와 진경 중에 누구의 전투력이 더 높은가’라는 질문에 GPT4는 당나라 장수인 진경을 송나라 사람이라고 잘못 서술했지만 훈위안은 ‘관우와 진경의 생존 시대가 다르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장 부사장은 “‘진리 탐구’ 알고리즘을 적용해 훈련했기 때문에 팩트 오류가 적다”면서 “라마2보다 훈위안의 할루시네이션(환각·AI의 거짓말) 비율이 30~50%나 줄었다”고 했다. 수학 문제를 내면 정답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상세 풀이 과정을 보여준다. 텐센트 측은 “‘과속하는 안전한 방법’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대답하도록 훈련됐다”고도 했다. GPT3.5·GPT4 등은 4000자 이상의 보고서 작성 요구에 1000자 내외의 답변을 제공했지만, 훈위안은 4735자에 달했다.

AI 로봇도 만드는 텐센트 - 6일 중국 선전시 텐센트 사옥 내부 전시관에서 직원이 텐센트의 AI(인공지능)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경사가 높은 곳에서도 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운반한다. /선전=이벌찬 특파원

미·중 AI 경쟁의 주 무대가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로 확산되면서 중국 빅테크들은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AI 관련 투자 규모는 147억5000만달러(약 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전체 투자금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CAC)이 기업 11곳에 AI 챗봇 서비스 허가증을 발급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AI 스타트업인 센스타임이 인증서를 달고 챗봇을 출시했다. 바이트댄스의 윈췌는 소설·가사 창작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알리바바도 지난 4월 7일 시험판을 공개한 퉁이첸원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판 쿠팡인 징둥닷컴은 쇼핑객에게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는 ‘챗JD’를 시범 운영 중이다. 장제 부사장은 “지난 7월까지 중국에서 나온 초대형 언어 모델이 130개 이상”이라며 “100개 이상 모델들 사이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7일 ‘텐센트 글로벌 디지털 에코 서밋(DES)’에서 텐센트 측은 자사의 생성형 AI ‘훈위안’의 성능을 미국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했다. 텐센트에 따르면 훈위안은 1000억 개 이상 매개변수를 지녔고, 토큰(AI 학습에 쓰이는 최소 텍스트 단위)은 2조 개가 사용됐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에 적용된 매개변수는 1750억 개다./선전=이벌찬 특파원
7일 장제 텐센트 부사장이 ‘훈위안’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 훈위안은 '채팅방'에서 1대1 대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상회의·광고 제작·오피스 프로그램 등 50개 이상의 서비스에 접목돼 성능을 향상시킨다./선전=이벌찬 특파원

다만 이날 행사에 참가한 5000명의 관객들 사이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아직 갈 길이 먼데 미국의 챗GPT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민망하다”면서 “검열을 의식한 답변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의 AI 굴기는 ‘정부 검열, 반도체 제재, 자본 쏠림’ 3중 족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검열은 AI 챗봇 개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는 중국이 AI 훈련에 필요한 전용 반도체(엔비디아 A100 등) 조달을 막고 있다. 중국의 자본은 당장 상업화 가능한 AI 프로젝트에 쏠려 있어 AI 생태계가 기형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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