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고장난 ‘지구의 온도조절 장치’ 바다… 우리가 지금 성난 야수를 찌르고 있다
올여름 전 지구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하와이 산불, 지중해 폭염, 그리스 산불과 폭우, 중국 폭염, 인도 몬순 폭우 등이 순차적으로 전개됐다. 기후 모니터링 기구인 미국 버클리어스(Berkeley Earth)는 7월 지구 전체 평균기온이 섭씨 17.2도(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16.95도로 집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850~1900년 평균치보다 1.54도 높았다. 8월도 8월 기온으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엘니뇨 작용이 컸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남미 쪽 연안에서 심해로부터 솟아오르던 찬 바닷물 공급이 크게 약화될 때 나타난다. 그 영향으로 태평양 표층수가 뜨거워지고 전 지구 기온이 상승한다. 3~7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엘니뇨는 올 6월 본격화돼 지구 평균기온을 대략 0.05도 끌어올렸다. 엘니뇨는 겨울에 최고조에 오른다. 지구 평균기온이 0.05도 정도 오르면 온건(moderate), 0.1도면 강력(strong), 0.15도까지 오르면 수퍼(super) 엘니뇨로 분류된다. 이번 엘니뇨가 어디까지 갈지 아직 불분명하다. 엘니뇨는 내년 초·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뜨거워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작년 1월 남태평양 통가 해저화산 폭발도 작용했다. 원래 화산 폭발은 기온을 낮춘다. 분출된 아황산가스가 황산 에어로졸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한다. 바닷속 통가 화산은 아황산가스 분출량이 적었던 데다 수증기 1억5000만t을 성층권으로 뿜어 올렸다. 수증기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통가 화산 수증기는 지구 기온을 0.035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효과는 수년 지속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대형 선박 연료 황 성분을 규제한 것도 기온 상승을 부추겼다.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이 조치로 선박 배출 아황산가스가 85% 줄었다. 그 영향으로 황산 에어로졸이 감소해 선박 항해가 집중되는 북대서양 일대가 특히 뜨거워졌다. 플로리다 바닷물은 7월 말 38.4도까지 올라갔다. 거의 온천수 수준이다. 선박 연료 규제의 전 지구적 효과는 0.02도 정도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치(1.3도)에 엘니뇨, 통가 화산, 선박 황 규제 요인까지 합쳐지면서 7월 전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 대비 1.5도 수준 상승했다. 엘니뇨가 수퍼급으로 발전한다면 내년엔 연평균으로도 1.5도 돌파 가능성이 있다.
파리협정의 1.5도 상승 억제 목표치는 ‘20년 평균’을 갖고 따진다. 어느 한두 달, 또는 한두 해가 1.5도를 넘었다고 파리협정 억제 목표가 깨졌다고 할 수는 없다. 장기 추세를 보면 20년 평균값이 1.5도를 넘는 것은 2030년대 중반일 것이다.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49도 오른 상태에서 1.5도로 더 상승했다고 그 시점에 바로 지구 기후에 어떤 극적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산업혁명 전 기온은 정확한 측정치도 없다. 따라서 평가값이 1.5도를 넘었을 때, 그것이 실제로는 1.4도일 수도, 1.6도 상승한 상태일 수도 있다. 다만 1.5도에서 1.6도로 오르는 것보다 1.6도에서 1.7도로 올라갈 때 더 심각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기온이 오를수록 기온 상승 단위당 파괴력은 더 커진다.
문제는 바다에 있다. 지구 표면적의 71%가 바다다. 바닷물은 육지보다 햇빛 흡수력도 커서 지구에 와 닿는 햇빛 에너지의 대부분은 바다가 빨아들여 저장한다. 그런데 물은 비열(물질의 온도를 올리는 데 소모되는 열량)이 아주 크다. 공기 1㎥를 1도 덥히는 데 2000줄만큼의 에너지가 드는 반면, 바닷물 1㎥는 420만줄의 열량이 필요하다. 온실가스가 늘어도 바닷물은 아주 서서히 더워지고, 온실가스가 감소한다고 금방 식지도 않는다.
올 4월 과학 저널(Earth System Science Data)에 실린 15국 연구자 70명의 논문(Heat stored in the Earth system : where does the energy go?)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로 지구에 축적된 에너지는 총 381제타줄(381,000,000,000,000,000,000,000줄)이었다. 그중 89%를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6%는 육지, 1%는 대기가 흡수했고, 4%는 빙하를 녹이는 데 소모됐다. 2020년만 놓고 보면 1971년보다 ㎡당 1W의 에너지가 추가로 365일 작용해 지구 전체 표면을 가열했고, 그 총열량 14제타줄은 그해 인간이 사용한 모든 1차 에너지(570엑사줄·570,000,000,000,000,000,000줄)의 20배 이상 크기였다. 바다는 이런 막대한 과잉 열을 가둬두는 저장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벌써 인간이 살 수 없게 달궈졌을 것이다. 그 대가로 바다는 해수면 상승, 태풍 난폭화, 산호초 파괴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지구 기후는 사실상 바다가 결정한다. 데워진 바닷물이 대기 온도를 올리고 더 많은 수증기를 증발시킨다. 증가한 수증기는 더 많은 비, 더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낸다. 태풍 에너지는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품고 있는 잠열(潛熱)이다. 수증기가 증가하면 열대 폭풍을 만드는 연료가 추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420ppm 수준에 와 있다. 산업혁명 직전의 280ppm보다 50% 늘었다. 늘어난 140ppm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가열시키는 거대 난로나 다름없다. 그런데 바다는 서서히 달궈지는 성질 때문에 140ppm이라는 온실가스 난로의 가열 효과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더라도 140ppm 난로의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바다는 탄소 중립 후에도 계속 더워질 것이다. 해수면 상승도 수백 년 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바다에 지배되는 지구 전체 기온도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끊겨 간다 … 과학 논문들 경고
북대서양엔 멕시코 만류(Gulf Stream)라는 해류 흐름이 있다. 카리브해 쪽에서 그린란드까지 북상한다. 멕시코 만류는 열대 바다에서 증발이 왕성해 염분이 높다. 그것이 그린란드까지 올라간 후 바닷물이 얼어붙으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염도가 더 높아진다. 염분으로 밀도가 높아진 바닷물은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때 지름 9.6㎞의 거대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심층수 규모는 초당 1500만㎥나 된다. 아마존강 유량은 세계 민물 유량의 15%라는데, 그것의 100배 규모다.
심해저로 들어간 바닷물은 다시 남쪽으로 움직인다. 북향 표층수와 남향 심층수의 이런 교차 흐름을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라고 부른다. 심층수는 남극 바다에서 생성되는 또 하나의 심층수와 합쳐진 뒤 인도양, 태평양을 돌아 북태평양에서 표층으로 올라간다. 이 표층수는 다시 인도양을 거쳐 대서양으로 되돌아간다. 미국 해양학자 월리스 브뢰커는 이 거시적 흐름을 ‘컨베이어 벨트’라고 불렀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빙하 녹은 물이 섞이면서 그린란드 바닷물 염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컨베이어 벨트 작동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되풀이돼 왔다. 그 경우 멕시코 만류가 끌고 올라오는 열 에너지 공급이 끊겨 유럽 기온은 10도 이상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빙하 연구로 과거 10만년 사이 28차례 그런 급격한 기상이변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수십 년 사이 실제 멕시코 만류의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됐다. 지난 7월 25일에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대서양 AMOC 흐름이 이번 세기 안에 중단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된 네이처 논문은 남극해에서도 심층수 침강이 끊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뢰커는 기후변화를 ‘성난 야수(Angry Beast)’에 비유해 인간이 뾰족한 꼬챙이로 그 짐승을 찔러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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