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과 100m 와이어 타면 90㎏ 봉석이도 하늘을 난다

백수진 기자 2023. 9.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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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장면만 7500컷, 영화 4배… K히어로물 ‘무빙’의 비행 비밀
드라마 ‘무빙’에서 초능력자 고등학생 봉석 역을 맡은 배우 이정하가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하고 있다. 배역을 위해 30㎏ 넘게 살을 찌운 이정하는 몸을 유연하게 쓰기 위해 현대무용과 필라테스 수업까지 받았다. /나무엑터스

“나는 날고 싶단 말이야, 엄마!”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자 고등학생 봉석이의 외침과 함께 그야말로 날아올랐다. 지난달 공개 이후 3주 연속 콘텐츠 통합 랭킹 1위(키노라이츠 기준)를 유지하며 적자에 빠졌던 디즈니 플러스의 구원투수가 됐다. 8월 넷째 주 디즈니 플러스 앱 주간 사용시간도 1.85억분으로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한국형 히어로물인 무빙에는 갖가지 초능력자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무빙을 대표하는 액션은 비행 능력자들의 액션이다. 지금까지 국내 영화·드라마에서 와이어 액션은 높이 뛰어올랐다 착지하는 액션이 대부분이었다면, 긴 시간 하늘을 새처럼 나는 액션은 기술적 한계로 선뜻 시도하기 어려웠던 도전이었다. 이성규 VFX(시각특수효과) 총괄 수퍼바이저(감독)와 류성철 무술 감독에게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중부양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두식(조인성)과 미현(한효주)의 촬영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빙 1~20화에 쓰인 CG(컴퓨터 그래픽) 장면은 총 7500컷. 웬만한 대작 영화 한 편(2000컷)의 3~4배 분량이다. 국내 스튜디오를 총동원해도 제작 기간을 맞출 수 없을 정도라 9국 60여 업체가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수시로 등장하는 비행 장면의 경우, 베트남·인도에서 간단한 1차 작업을 끝내 한국으로 넘기면 국내에서 2차 작업을 이어갔다. 이성규 수퍼바이저는 “시각특수효과는 단 한 장면에도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고 최종 합성하는 방식으로 여러 나라와 협업했다”고 했다. “전기 능력자인 계도(차태현)의 경우 몸 주위에 흐르는 전류 CG는 국내에서, 머리카락이 위로 솟는 특수효과는 유럽의 털 전문 스튜디오에 맡기는 식이었죠.”

무빙만의 특별한 기술이 담긴 장면으론 사람이 풍선처럼 붕 떠오르는 부양 장면을 꼽았다. 주인공 봉석이는 좋아하는 여학생 때문에 가슴이 설렐 때마다 공중으로 조금씩 떠올라 곤란을 겪는다.

이성규 수퍼바이저는 “와이어 액션은 아무리 CG로 줄을 깔끔하게 지워도 배우가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이 남는다”고 했다. 제작진은 와이어 액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장비를 개발했다. 삼지창을 닮은 장비를 배우의 허리에 고정하고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는 식이다. “몸에 장비가 닿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지우기 위해, 미리 배우들의 몸을 스캔해 만들어 놓은 디지털 의상을 입혔어요. 날아다니는 봉석과 두식의 옷은 상당수 3D로 작업한 결과입니다.”

그래픽=김현국

국내에선 비행신 촬영 노하우가 없어, 유튜브에 올라온 할리우드의 메이킹 영상을 보며 기술을 연구했다. 특히 능력을 숨기기 위해 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던 봉석이 처음으로 둑에서 자유롭게 비행을 연습하는 롱테이크 신은 무빙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초대형 크레인 3대를 동원하고 보통 10~20m 설치하던 와이어를 100m까지 연장해 집라인 타듯 활강하는 액션을 완성했다.

류성철 무술감독은 “이 한 시퀀스를 완성하기 위해 촬영만 이틀, 사전 리허설까지 합치면 20여 일이 걸렸다”고 했다. “할리우드의 히어로들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자세로 액션을 구상했어요. 비행이 서툰 봉석이는 개구리 헤엄치듯 날기도 하고 물에 빠져 첨벙대기도 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액션을 만들어갔죠.”

반면 봉석의 아빠 두식(조인성)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화려한 공중 액션을 선보인다. 동료를 구하고 모델 같은 자세로 여유롭게 하늘 위에 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이 장면 역시 후반 작업을 거친 결과였다. 이성규 VFX 수퍼바이저는 “두식의 완벽한 스타일을 위해 팔다리 길이, 포즈, 각도까지 조금씩 조절하면서 자연스러운 자세를 잡아갔다”고 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조인성은 “종일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연기한 날도 있었다”고 할 정도. 봉석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이정하는 몸을 유연하게 쓰기 위해 현대무용과 필라테스 수업까지 받았다. 류성철 무술감독은 “발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려면 평소보다 훨씬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아마 배우들은 촬영하면서 온몸이 아팠을 것”이라고 했다.

정작 이정하는 “익숙해지니 실제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재밌었다. 저보단 90㎏ 넘는 봉석이 무게를 지탱하느라 무술팀이 고생이 많으셨다”며 미안해했다. 종영 후 듣고 싶은 말을 묻자 봉석이 특유의 순박한 눈웃음이 나왔다. “‘봉석이, 멋있다!’요. 뒤로 갈수록 능력을 숨기지 않고 날아오르면서 더 멋있어질 거예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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