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등 빅테크 호시절 끝?… 미·EU 등서 규제 칼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에 매일 100만 크로네(약 1억3000만원)씩 벌금을 부과한 노르웨이 정부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법원은 이날 메타가 노르웨이 정보보호기구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정부의 벌금 부과 조치가 정당하다는 뜻이다. 앞서 노르웨이 정부는 메타가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위해 이용자의 위치 등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보고 지난달 14일부터 하루 100만 크로네씩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 사안의 EU 정보보호이사회 회부를 고려하고 있어 유럽 전역으로 같은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빅테크를 상대로 한 규제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애플·구글 등 빅테크 6곳을 콕 집어 강도 높은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불공정거래, 반독점법 위반 등으로 빅테크에 대한 소송과 과징금 처분이 이어지고 있다. 별다른 규제 없이 독점적 위치를 무기로 성장을 거듭해 온 빅테크들의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도 못 피한다...구글은 바짝 엎드려
최근 세계 각국에선 애플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이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경쟁항소심판소(CAT)에는 앱스토어 입점 회사들에 대한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7억8500만파운드(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션 에니스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앱을 유통시킬 독점 권한을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포르투갈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이 제기됐다. 한국에선 약관에 명시된 수수료율 30%보다 높은 수수료율(33%)을 적용했다는 논란이 빚어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추가로 벌어들인 수익은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자 일부 기업은 규제 칼날을 피하려 바짝 엎드리고 있다. 5일 구글은 유타주 등 미국 36주와 워싱턴 DC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이들과 합의하기로 했다. 합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은 수억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구글은 코넷티컷주 등이 제기한 또다른 소송에서도 3억9150만달러를 지급하면서 합의한 바 있다. IT 업계에선 “최근 정부와 법원의 판결이 빅테크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면서 구글이 높은 합의금을 주더라도 빨리 소송을 종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 “빅테크, 의무 다해야”
각국 정부가 잇따라 강력한 규제를 내리고 있는 건 그동안 빅테크들이 규제 없이 급성장한 반면 책임이나 의무는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빅테크 규제의 최전선을 자처하고 있다. EU는 6일 애플, 알파벳, 메타 등 6개 빅테크를 디지털시장법(DMA)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자사 플랫폼 서비스에서 확보한 개인 정보를 다른 사업에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연간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고 위반이 반복되면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맞춤형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본격 시행했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나 게시물을 노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구글, 메타 등이 매출의 80~9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빅테크 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과거 규제 없이 천문학적 이익을 누려왔던 빅테크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금융기관처럼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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