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가 시작한 충북지사 주민소환… 주민 반응은 ‘싸늘’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일부 시민 단체가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주민 소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단체들은 “설득력 없는 정치 공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주민 14명이 숨진 참사가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도지사 주민 소환을 추진하면 지역 내 갈등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충북민주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 단체들이 참여한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 소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충북 선관위에서 주민 소환 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등을 받아 주민 소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준비위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사가 오송 참사 당시 직무를 유기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정의 신뢰를 무너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12월 12일까지 충북 유권자 135만4373명의 10% 이상 서명을 받아야 주민 소환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주민 소환 투표가 진행될 경우,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7일 현재 충북 전체 11시·군 중 청주, 제천, 진천, 단양, 괴산 등 다섯 시·군에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서명운동이 시작되자 충북 지역에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민사회 단체는 단체대로 주민 소환을 두고 정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충북도 내 국민의힘 소속 각 시·군 의원들은 “주민 소환이 수해 수습으로 지친 지역사회를 더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며 “(주민 소환) 청구인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주민 소환 제도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정당 차원에서 주도한 것이 아닌 분노한 도민의 울분이며, 법적으로 정당한 권리로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후계영농경영인 충북연합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소환이 정치적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자유민주시민연합 등 충북 보수 단체 10곳도 “주민 소환 투표를 청구할 만한 내용도 없는데, 정치인들이 도민의 아픔마저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충주시민연대는 “김 지사 당선 이후 충북도는 혼선과 혼란, 분노와 좌절의 연속”이라며 “김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무를 내동댕이쳤다”고 했다. 이현웅 주민소환운동본부 준비위 대표는 “경제 논리로 바라봐선 안 되고, 문제 있는 단체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주민의 권리”라고 했다.
주민 소환제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적 행정 운영이나 비리를 막고자 일정 비율의 선거인이 청원하면 임기 만료 전에도 투표를 통해 파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07년 제도 시행 이후 최근까지 주민 소환이 132건 추진됐지만 투표로 이어진 사례는 11건에 그쳤다. 실제 해직된 경우는 기초 의원 2명뿐이었다. 그만큼 논란만 부를 뿐, 선출직 단체장을 파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주민 소환 절차에 드는 비용 144억원은 모두 충북도가 떠안아야 한다. 법에 따라 주민 소환 투표 사무 준비와 투표 실시 비용은 관할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지난달 30일 주민 소환 서명운동 과정의 위법 행위를 단속할 부정 감시단 운영 비용 26억4400여 만원을 충북선관위에 납부했다. 앞으로 투·개표까지 진행되면 충북도는 투·개표에 드는 117억70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찬반을 떠나 주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대학생 김모(23·청주시)씨는 “참사의 충격도 가시지 않았는데 ‘주민 소환’ 한다고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모두 합심해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급한 때”라고 했다. 이번 참사로 수해를 당한 주민 이모(47·오송읍)씨는 “수해로 상가가 침수됐는데 300만원가량만 보상받는다고 들었다”며 “막대한 혈세를 주민 소환에 쓰기보다 피해 주민 지원에 쓰는 게 더 낫지 않으냐”고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럴 때일수록 좌고우면하지 않고 도정에 누수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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