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주택’ 공급도 급감, 목표의 10%도 안 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공급하는 ‘공공 분양주택’의 올 상반기 인허가 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는 4~5년 후 주택 공급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최근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 급감으로 정부가 주택 공급 상황을 ‘초기 비상 단계’로 규정했는데, 실제 상황은 그보다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민간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공공 주택 공급마저 얼어붙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건설사에 공급을 압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공급이 막히면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며 “파격적인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2년 전 같은 부동산 급등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반기 공공 분양, 연간 목표의 7% 그쳐
7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통계와 공급 계획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전국 공공 분양주택 인허가 실적은 5257가구로 전년 동기(6659가구)에 비해 21% 줄었다. 특히 올해 정부의 목표치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국 공공 분양주택 7만6000가구의 인허가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정부가 집값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해 발표한 ‘공공 분양주택 50만 가구 공급 계획(2023~2027년)’을 위해선 올해 이 정도의 인허가 물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달성률은 7%에 그친다. 연말까지 상반기 인허가 실적의 13배를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 분양주택 인허가는 하반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을 감안해도 올해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공 분양주택의 인허가가 급감한 원인도 민간 건설 시장과 마찬가지다. LH와 지방 공기업은 채권 등을 발행해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금리와 자금 시장 경색으로 자금 확보가 어렵다. 또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민간 건설사에 시공을 맡기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허가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공공 주택 공급 정책이 변하면서 기존 사업지의 계획 변경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LH가 인허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통합심의·PF 지원으로 공급 유도
공공뿐 아니라 민간을 더한 모든 주택 인허가 실적은 올 상반기 18만9213가구로 전년 대비 30% 줄었다. 2020년 이후 가장 적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오는 20~25일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공 분야 공급 활성화를 위한 내용도 포함된다. LH가 개발하는 공공주택의 심의·승인 절차를 한번에 진행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과 주택을 지을 택지의 매각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공 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민간 시행사·건설사의 자금난을 풀어주기 위해 PF 대출에 대한 보증 확대와 보증 요건 완화가 유력하다. 다만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부동산 상승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토지를 확보한 사업자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근 2~3년 사이 국내외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혜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아파트는 인허가 후 1~2년이면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오피스텔에 발코니 설치를 허용하거나 바닥 난방이 가능한 면적 기준(전용면적 120㎡ 이하)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상품 가치를 높여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LH에서 분양받은 공공 택지의 전매를 보유 기간 등을 따져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소규모 정비 사업 관련 규제를 더 푸는 등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 공급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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