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봐도 안다, 숙련공이 견뎌온 땀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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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서로 다른 연령·성별·분야의 베테랑 13인, 몸에 붙은 일과 삶 그리고 자부심의 기록을 담은 책 '베테랑의 몸' 본문 중 한 구절이다.
저자는 13인 베테랑의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과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까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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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공·세신사·수어통역사 등
- 13인 베테랑 일하는 자세부터
- 질병·체형변형·습관까지 기록
- 작업 순간 포착한 사진 곁들여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서로 다른 연령·성별·분야의 베테랑 13인, 몸에 붙은 일과 삶 그리고 자부심의 기록을 담은 책 ‘베테랑의 몸’ 본문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은 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을 보여준다. 저자 희정은 몸-일-일터-사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풀어냈다. 조리사 로프공 어부 부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배우 식자공. 저자는 13인 베테랑의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과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까지 전한다.
사진가 최형락은 고유한 시선으로 베테랑의 모습을 담아내며, 일하는 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희정의 글로 한 사람의 삶과 일을 읽다가, 최형락의 사진으로 그 사람의 몸을 만나면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저자와 로프공 김영탁 씨의 인터뷰 한 대목이다. ‘엉덩이를 작은 안장에 걸친 채 벽에 두 발을 붙이고 선 듯한 자세다. 그 상태로 좌우를 오간다. 허리랑 다리로 버티는 건가. 이건 아무것도 모르는 내 시선일 뿐. 그가 안장 위에서 하는 것은 힘을 분산시키는 일. “초보랑 일 좀 하는 사람의 차이가 뭐냐하면, 베테랑은 로프 타는 데 힘을 쓰지 않고 오로지 일할 때만 힘을 쓴다는 거예요. 초보는 줄을 타는 데 힘이 다 들어가요. 등이 뻣뻣하고 배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돼 있어요.” (중략) 긴장해선 안 된다.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나? “확신이 생기면 되는 거죠. 이건 절대 안 끊어진다.” ’ “ ”속의 말은 20여 년간 건물 외벽을 타온 로프공 김영탁의 말이다. 줄은 끊기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외벽을 능숙하게 타기까지 과정을 읽다 보면 사진 속 몸의 자세를 유심히 보게 된다.
우리가 목욕탕에서 몸을 온전히 내맡기는 세신사는 어떨까. “몸이 굴곡졌잖아요. 관절이 솟아오른 곳은 손끝으로 민다든가. 옴폭한 곳은 또 방법이 달라요. 널찍한 데는 손바닥으로 미는데, 약한 부분이 있어요. 거긴 밀면 아프니까 살짝 비벼주는 거예요. 어떤 곳은 당기는 기분으로.” 세신사 조윤주 씨가 설명하는 세신의 기술이다. 도톰한 손이 면적이 넓어 때 밀기에 좋다며 손바닥을 펼쳐 저자 앞으로 내민 세신사의 손끝은 갈라져 있다. 그래도 요즘은 일을 덜 해 손이 고운 편이라며 저자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저자는 그 사진을 보고 이렇게 썼다. ‘사진 속 손은 껍질이 하얗게 벗겨졌다. 피부가 갈라진 틈으로 피가 배어 나온다.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손이다’. 세신사에게 몸을 맡길 때 그들의 몸을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일과 몸을 이렇게 본다. “일하는 사람의 몸일은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이다. 일이란 내게 무엇인가. 불안한 노동시장과 경기 침체로 자발적 퇴사·사이드 잡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각자도생의 시대, 때로 일은 그저 돈 버는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은 늘 그 이상이다. 수면 리듬이 출근 시간에 맞춰지고, 일할 때의 자세 때문에 퇴근 후에도 몸이 뻐근하다. 업무 용어는 입버릇처럼 혀끝에 맴돌고, 인간관계나 관심사도 일터에 맞게 바뀐다. 좋든 싫든, 일은 내게 들러붙어 있다. 어느덧 나는 조금씩 나의 일로부터 빚어진 것이다.”
저자는 한자리에 붙박여 같은 일을 해온 숙련자들이 베테랑이 되기까지 일을 반복하며 갈고닦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고 한다. 베테랑의 몸은 인내하며 버틴 시간은 물론,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이다. 우리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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