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벌어졌지만 한국 떠나는 투자자 거의 없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3. 9.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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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채권 거래 전문가, 최경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부문대표
최경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부문대표는 27년째 채권과 외환 거래를 하고 있는 트레이더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지만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대인 2.0%포인트나 벌어졌지만, 고금리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 한국 국채를 팔고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보다는 국부펀드, 중앙은행 등 장기 투자자들이기 때문이죠.”

최경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부문대표는 지난 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국가신용도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미 금리 차가 자금 이동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외환위기가 발발한 지난 1997년부터 27년째 채권과 외환 거래를 직접 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미국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자금을 빼서 미국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유는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등 장기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사진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도로 표지판./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채권 투자자들은 국가 간 자금을 이동시킬 때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미국 금리가 높을 때 미 국채를 싼 값에 사는 사람들은 나중에 미국 금리가 떨어질 경우 달러 가치도 같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 국채를 팔고 원화로 바꿀 때 그만큼 환차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율 위험을 피하려면 환헤지(위험회피)를 해야 하는데, 환헤지를 하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 효과가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자금을 이동시킬 이유가 없다. 둘째, 외국인들은 글로벌 투자 계획에 따라 한국 채권에도 일정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물가상승률도 낮기 때문에 실질 금리가 나쁘지 않아서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도 떠나지 않을까?

“채권 만기가 도래해 새로 투자해야 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으로 갈 수 있다. 그런 자금이 많으면 환율이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되니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서는 한국을 떠나는 자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한국이 조만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 현재 200조원에 이르는 외국인들의 한국 채권 투자가 30~40% 정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WGBI를 추종하는 장기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오므로 금리는 0.2%포인트 내려가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자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8월 25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심포지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국공채와 회사채 등 채권 시장 동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도 오르는 등 경기가 괜찮아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미국 연 5.5%, 한국 연 3.5%의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에 가깝기 때문에 내년에 경기가 꺾이는 것이 보이면 빠른 속도로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전망 때문에 현재 채권 금리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횡보하는 양상이다. 현재 3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가 연 3.7~3.9% 사이에서 움직인다. 많이 내려가려니 올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것 같지 않고, 많이 올라가려니 내년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나?

“거의 없다. 다만 연말을 앞두고 은행이나 회사들이 채권을 발행해 결산용 자금을 마련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금리가 약간 올라갈 수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채·공사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54%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기준금리는 어느 정도 하락할 것 같나?

“물가를 잡기 위해 과도하게 올린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수준까지 내려갈 것 같다. 내년부터 시작해서 한국은 현재 3.5%에서 2.5%, 미국은 5.5%에서 3.5%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보다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중국 경제의 성장과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이슈가 얼마나 한국에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또 한국의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결국 일본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로 가기 때문에 한국 장기채 가격이 미래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 반대로 정부가 고령층 부양을 위해 적자 국채를 많이 발행하게 되므로 장기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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