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0] 문명 후진국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9. 8.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박상훈

아름다운 한반도 우리 국토를 흔히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부른다. 비단에 수놓은 듯 눈부신 강과 산이라는 뜻이다. ‘강산’이 나라의 땅, 즉 국토를 직접 지칭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달리 산하(山河)라고도 적는다.

나라 사이 경계는 강(疆)이라는 글자로도 표기한다. 따라서 그 안쪽 땅은 강역(疆域)이나 강토(疆土)라고 해 국토를 일컫는다. 때론 ‘금속 그릇’이란 뜻의 금구(金甌)라고도 쓴다. 금구무결(金甌無缺)이란 성어 사례다. 쇠 그릇처럼 튼튼한 국토를 말한다.

판도(版圖)는 주민의 호적[版]과 땅 모습[圖]을 합친 말이다. 어떤 세력의 힘이 미치는 권역 등도 가리키지만 국토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요즘 이를 지칭하는 말로 가장 쓰임이 잦은 단어는 영토(領土)다. 구역에 따라서는 영공(領空)이나 영해(領海)라고도 쓴다. ‘영’은 관할권이나 영향력을 지칭한다. 직접적인 뜻은 ‘거느리다’ ‘지배하다’ 등이다. 아울러 ‘소유’의 뜻도 있다. 영유(領有)라는 말을 떠올리면 좋다.

그 크기를 일컫는 말로는 폭원(幅圓)이 있다. 땅의 넓이[幅]와 둘레[圓]를 가리키는데, 국토의 크기를 지칭한다. 광무(廣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단어의 두 글자는 각기 동서(東西)의 너비, 남북(南北)의 길이를 가리킨다.

예부터 성을 쌓아가며 땅 차지하기 놀이에 골몰했던 중국이다. 거대 판도를 지녔음에도 땅에 대한 욕심은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에는 남중국해의 광대한 수역과 히말라야 등 이웃과 분쟁 중인 곳을 제 것이라 주장하는 새 지도를 펴내 또 화제다.

국제 협약과 규범에 어긋나는 자화자찬(自畫自讚)식 지도 제작은 지금껏 부른 고립을 더욱 심화하는 자충수다. 다양한 가치 체계의 ‘입체’보다는 땅에만 집착하는 ‘평면’ 지향의 오랜 고질(痼疾)이 다시 도졌다. 문명의 행보로 보면 중국은 아직 후진국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