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렇게 가난한적 없었다”… 위기의 수낵
성인 28%가 균형 잡힌 식사 못해”
고물가-고금리에 1950년대 후 최악
집권 보수당 지지 28%, 노동당 42%… 수낵, 反이민 강화 등 우파 결집 나서
● “이토록 가난했던 때가 없었다”
소득이 줄면서 생활의 질도 현격히 저하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 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성인 28%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여유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응답률(9%)의 3배가 넘는다. 특히 응답자 11%는 ‘지난달 음식 살 돈이 부족해 배가 고팠다’고 답해 팬데믹 이전 응답률 5%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재단 측은 “연구 결과는 (보수당이 집권한) 현 의회 임기 동안 적어도 1950년대 이후 최악의 생활수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영국 가구가 이보다 더 가난해진 적이 없었고, 이렇게 낮은 소득 성장률로 집권한 정부의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낮은 생활수준 성장은 고금리 탓에 주택 비용이 증가한 데다 세금이 오르고 일부 생활비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돼 가구 가처분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고물가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으로 가구 부채 문제가 심각해졌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올 초 10%대인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14번 연속 인상해 15년 만에 가장 높은 5.25%로 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 금리도 상승해 부채 부담이 커졌다. 정작 물가는 제대로 잡히질 않고 있다. 올 7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6.8%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수낵 총리가 연말까지 달성하려는 5%까지는 갈 길이 멀다.
● 노동당보다 지지율 뒤진 보수당
더디기만 한 경제 회복에 대한 책임을 국민은 집권 보수당에 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수낵 총리와 보수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영국 일간 옵서버가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움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낵 총리에게 ‘찬성한다’는 응답은 24%인 반면 ‘반대한다’는 49%로 2배를 넘었다. 야당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찬성 28%, 반대 35%로 집계됐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지지율은 28%로, 노동당 지지율(42%)에 14%포인트 뒤졌다.
이 때문에 수낵 총리가 10월 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취임할 때만 해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현명한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지지율이 하락하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속도 조절, 불법 이민자 강경 대응 같은 유권자 감정을 더 자극하는 정책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수낵 총리가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분열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보수당은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웠지만 (지지를 얻지 못해) 오히려 이민 정책에서 노동당의 주도권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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