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교황님 알현때 갑자기 ‘칸타레’ 요청해 숨이 멎는 줄”

이진구 기자 2023. 9. 8.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특별 알현 때 교황님이 갑자기 '칸타레'(노래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라며 노래를 요청하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교황 집전 미사 다음 날(4일) 오전에 울란바토르 몽골주교관 '비숍의 집'에서 특별 알현했다. 먼저 내가 이태리어로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며 내 노래가 담긴 성가 음반 '마지막 고해(The Last Confession)'를 전달했더니 내 소개를 들은 교황이 환하게 웃으시며 갑자기 '칸타레! 칸타레!'라고 하셨다.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신 거다. 그때가 오전 8시 반이 조금 지난 때였다. 목이 잠긴 상태라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무반주로 불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녀회 ‘몽골 학교’ 명예교장 인연
교황 몽골 방문때 폐막행사 초청돼
임형주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3일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 폐막행사에서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있다. 디지엔콤 제공
“특별 알현 때 교황님이 갑자기 ‘칸타레’(노래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라며 노래를 요청하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몽골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3일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 폐막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팝페라 테너 임형주(37)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형주는 이 무대에서 ‘아베 마리아’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불렀다. 그는 이와 별도로 교황 특별 알현 때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교황의 몽골 방문에 한국 음악가가 초청됐다니 의외다.

“몽골은 천주교 신자가 1400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적어 주한 교황대사가 몽골 교황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천주교와 인연도 깊다. 선교는 물론이고 몽골에 ‘노밍요스 초등학교’ ‘고이혼도 유치원’ 같은 각종 학교를 세우는 등 우리가 많이 돕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살레시오수녀회가 설립한 노밍요스 중등학교다.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노밍요스 중등학교 설립에 약간의 도움을 준 인연으로 명예 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인연을 안 몽골 천주교 측에서 직접 초청해 무대에 서게 됐다.”

―알현 때 노래하는 건 예정에 없던 것 아닌가.

“교황 집전 미사 다음 날(4일) 오전에 울란바토르 몽골주교관 ‘비숍의 집’에서 특별 알현했다. 먼저 내가 이태리어로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며 내 노래가 담긴 성가 음반 ‘마지막 고해(The Last Confession)’를 전달했더니 내 소개를 들은 교황이 환하게 웃으시며 갑자기 ‘칸타레! 칸타레!’라고 하셨다.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신 거다. 그때가 오전 8시 반이 조금 지난 때였다. 목이 잠긴 상태라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무반주로 불렀다.”

―특별 알현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몽골 장관과 각국 대사 등 주요 인사 가운데 가톨릭과 관계된 인물을 선별해 소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안다. 그중에서도 나는 굉장히 앞쪽 순서였는데, 아마 한국 천주교가 몽골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교황이 잘 알고 있어서 우대해준 게 아닌가 싶다. 20년 넘게 몽골 선교활동을 하다 올해 5월 몽골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김성현 신부라는 분이 있는데, 교황이 직접 이름을 언급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몽골에 대한 그의 사랑은 주님께서 더 잘 아실 거라며…. 그런 덕을 내가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몽골에서 관광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하하, 바트울지 바트에르데네 몽골 환경관광장관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더라. 한국 천주교와의 인연도 깊고, 처음으로 교황을 뵌 인연도 있어서 수락했다. 교황이 말씀하신 ‘칸타레’는 물론 노래를 부탁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노래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라는 뜻으로 하신 말이 아닌가도 싶다. 올해가 데뷔 25주년인데 정말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