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 안받는 한국의 한 국제공항, 웃을 일은 아닙니다 [편집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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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제 지인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희한한 공항이 있다는 겁니다. 무안공항을 통해 동남아에 다녀올 때 공항에 차를 세워뒀는데, 주차비를 안 받더랍니다. 이용객이 하도 없어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다네요. 사시사철 북적거리는 게 당연한 국제공항이 주차비를 안 받는다는 건 해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무안공항 이용객은 1만5829명입니다. 김포공항(197만6366명)의 0.8%입니다. 광주공항(16만9678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여수공항(4만8835명)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네이버 앱에 물어보니 무안공항에서 광주공항까지 차로 딱 35분 거리네요. 제가 출근할 때 지하철 타는 시간보다 짧습니다.
무안공항은 매년 쌓이는 막대한 운영 적자는 논외로 치고 건설 비용으로만 혈세가 3056억원 들어갔습니다. 이 돈을 극빈층 학생에게 300만원씩 장학금으로 준다면 10만1866명이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적 편익 차원에서는 차라리 그게 나았겠다 싶습니다.
무안공항이 심할 뿐이지, 좁은 국토에 공항이 넘쳐나는 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입니다. 전국에 공항이 15곳에 이르지만, 현재 추진 중인 공항을 모두 건설하면 24곳에 이르게 됩니다. 섬에 들어서는 공항을 빼면 한 공항에서 이웃 공항까지 모두 차로 한 시간 이내에 닿는 세계에 전례 없는 ‘공항 네트워크’를 갖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네스북감입니다.
지난주 커버 스토리로 인터뷰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성장이 정점을 지난 나라는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경기 부양 효과는 없으면서 나라 곳간만 축낸다는 거죠. 로고프 교수는 “과거 일본이 ‘쓸모없는 다리’로 유명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쓸모없는 고속철도’로 유명하다”고 했습니다. 그가 “한국은 ‘쓸모없는 공항’으로 유명하다”고 일갈할 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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