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학교급식실, 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

경기일보 2023. 9.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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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1년 전 자기 아들이 50대 초반인데 결혼도 안 하고 실직 중이어서 걱정이라는 70대 후반의 지역주민을 만났다. 많은 학교가 학교급식실에서 일할 조리실무사를 찾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는 터라 무심코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면서 요리도 배워보는 건 어떠냐는 말을 꺼냈다가 어르신께 꾸지람을 들었다. 의원이면 의원이지 왜 남의 귀한 자식을 죽이려고 하냐고. 거긴 폐암 걸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 아니냐는 것이었다.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를 피했지만 무엇이 70대 후반의 어르신에게 학교급식실이 죽음의 일터로 인식되게 만들었는지 오랫동안 곱씹어 보게 됐다.

사실 학교급식실이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 조리실무사는 흔히 방학 중 비근로자라고 해 1년 365일 상시근로자가 아닌 275일만 일하고 급여를 받는 9개월 기간제노동자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3개월은 자의 반 타의 반 집에서 쉬어야 하고 더욱이 쉬는 기간에 생활비라도 벌고자 알바라도 하려면 사전에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니 이 또한 녹록지 않다. 더욱이 몇 년을 일해도 급여는 해마다 연봉 50만원 남짓 오를 뿐이니 20년을 일하고서야 겨우 연봉 3천만원을 받았다는 한 조리종사자의 말은 새삼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학교급식실의 작업환경도 극한직업 수준이다. 조리종사자의 배치기준은 학생 수 120~140명당 1명꼴로 배치되는데 결국 조리종사자 8명이 1천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밥과 국이 끓고, 튀김요리가 튀겨지면서 내는 수증기와 유증기는 조리실의 실내온도를 40도를 넘나들게 만들고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찬 조리실에서 조리종사자들은 서너 가지의 반찬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정신없이 학생 배식을 마치고 식사시간이 끝나면 이어지는 청소와 설거지는 덤에 가깝다.

살림만 했다는 가정주부도 폐암진단을 받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현실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인 조리흄으로 가득한 학교급식실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학교급식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학교급식 메뉴는 그날의 가장 핫한 뉴스일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이 맛있어서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는 아이들의 우스갯소리처럼 학교급식이 없는 학교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학교급식실을 일하고 싶은 일터로 만들 수는 없을까.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는 올해 초 경기도내 학교 조리종사자 1만4천845명 전원을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해 그 결과를 바로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급식실의 환경은 어떻게 개선할지, 조리종사자의 단순 반복적인 노동의 절감을 위해 어떤 기구를 보급할지, 가장 힘들어하는 요리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튀김요리를 힘들이지 않고 조리할 방법은 없는지, 본질적으로는 급식실 온도를 높이는 주범인 동시에 연기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가스)에 기반한 급식기구를 어떻게 순차적으로 전기에 기반한 인덕션 기구로 대체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현재 조리종사자의 60% 이상이 50대 나이로 향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대량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교육청이 학교급식실 환경 개선과 노동친화적 급식기구의 도입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머지않아 대규모 학교급식 중단 사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내년도 세수 감소로 교육예산이 급격히 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최소한 조리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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