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한가위 보름달처럼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갖자

경기일보 2023. 9.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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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 스님 보리선원

‘오월농부 팔월신선’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일로 바쁜 계절이 지나고 나면 오곡이 무르익는 때가 와서 신선처럼 여유롭다는 뜻이다.

무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벼가 익어가는 가을이 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참 좋은 계절이다. 들판에는 황금빛 벼가 출렁이고 과실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팔월 보름 추석은 고대 신라 때부터 대표적인 명절이었다.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때 육부(六部)에 속한 여인들이 두 패로 나뉘어 한 달간 길쌈대회를 열었다. 마지막 날이 팔월 보름이었고 이날 승패를 가려 진 쪽에서 음식을 장만해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이 풍습이 ‘가배’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가운데 날’이라는 뜻이고 가배가 변해 ‘가위’가 되고 ‘크다’는 뜻의 ‘한’이 붙어 ‘한가위’가 됐다고 전해진다.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라는 한자어로 수확의 명절, 달의 명절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예부터 팔월 보름을 중추(仲秋)라고도 불렀다.

한가윗날 사찰에서도 합동 차례를 지내면서 분주하게 보낸다. 선망 부모와 조상의 영가를 위해 비린내가 나는 고기, 생선을 제외하고 간소하게 상차림을 하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의 의미는 정성껏 끓인 차를 부처님께 올리고 절 안의 스님 및 불자들과 함께 나눠 마신다는 뜻이다.

이렇듯 한가위는 조상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천지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다.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상차림을 하고 온 가족이 모여 넉넉하고 풍성한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날이다.

부처님 경전인 ‘구잡비유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재물을 많이 쌓아 두고 먹지도 않고 베풀지도 않으면, 죽어서는 아귀가 돼 언제나 옷과 먹을 것이 모자랄 것이요, 혹 아귀를 벗어나 사람이 되더라도 하천한 곳에 떨어질 것이다. 너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인색해 먹지도 않으니 다시 무엇을 바라는가?”

살아있는 동안 무엇이든지 움켜쥐기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 베풀지 않으면 언제나 굶주리고 목마른 과보를 받는다고 한다. 많이 베풀고 선행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항상 넉넉하고 여유롭고 따뜻한 반면 탐욕스럽고 인색해 악행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좁고 각박하고 차갑다.

모가 나서 뾰족하고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마음으로는 무슨 일이든지 원만하게 성취되기 어렵다. 모난 마음을 잘 갈고 다듬어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술술 풀리게 된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인색한 마음으로 나만의 이익을 위해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이왕이면 선한 마음으로 물질이든 마음이든 많이 베풀면 주변에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지 않을까? 그렇게 온기가 있는 사람의 주변은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고 뜻하지 않은 행운도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바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을 보면서 나의 마음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모두 다 이렇게 보름달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좀 더 넉넉하고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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