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지사, (양평고속도로) 현장에 온 적 없다’
현장 행정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집무실 행정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무 자르듯 내릴 답은 아니다. 우매한 듯한 이 논쟁이 일었던 적이 있다. 김문수씨가 도지사로 취임했던 2006년 하반기다. 연일 현장을 누비는 그의 일정이 화제였다. 관선(官選) 도지사였던 이재창 의원이 국감장에서 이걸 지적했다. ‘도지사가 너무 돌아다니는 것도 안 좋다. 집무실에서 차분히 도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김 지사가 되받았다. ‘나는 현장을 계속 뛰겠다.’
그때도, 지금도 답은 없다. 굳이 우답(愚答)이라도 낸다면 이럴 것이다. 현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여론·현장이 중요하면 가야 하고, 판단·논리가 중요하면 안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양평고속도로 논란은 어느 쪽이 맞나. 김동연 도지사가 현장을 가는 게 옳은가. 아니면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 화두가 난 데 없이 도의회 본회의에 등장했다. 이혜원 도의원(국민의힘·양평2)이 물었다. “김 지사는 (논란 이후) 현장을 온 적이 있는가.”
도민에게 보여진 김 지사 모습이 있다. 양평고속도로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의견도 개진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앞에서 밝혔다.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담도 했다.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런 적극성 때문에 ‘양평고속도로 일타강사’라는 별칭도 생겼다. 국토부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혜로 비칠 수 있는 근거를 열거했다. 당초 원안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좀 생뚱맞다. 되돌아보니 양평에서는 안 보였다. 양평 지역구인 이 의원에게 이게 서운했던 모양이다. 김 지사도 인정했다. “(양평고속도로) 현장 방문은 일정 때문에 아직 못 간 것이다.” 바빠서 못갔다는 해명으로 들린다. 조만간 가겠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글쎄다. 사안의 중대성을 낮게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앞서의 많은 주장을 할 이유가 없다. 긴급 기자회견 열고, 라디오 방송국까지 찾아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 의원이 지적했다. “김 지사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1.6㎞ 구간만 연결하면 된다고 했는데 해당 구간은 16㎞다.” 김 지사가 ‘생방송 중 착각’이라고 해명했다. 착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 간 적 없다’는 전제 때문에 다르게 들린다. 현장을 모르니 1.6㎞와 16㎞를 혼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토부 장관부터 직원, 여야 정치권, 신문·방송, 유튜버들까지 양평에 진을 치고 있다.
당연히 가는 게 옳았다고 본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의 본질은 선택이다. 선택에 대한 의견 표출은 여론이다. 그 여론이 극명히 표출되는 곳이 양평이다. 김문수 지사는 물론 갔을 것이고, 이재창 지사라도 분명히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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