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부 쿠데타 옹호론 커지는 칠레…"공산주의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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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에서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당시 군사 봉기를 '민족해방'이라고 옹호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칠레 하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와 현지 라디오 매체 비오비오칠레에 따르면 하원은 전날 본회의장에서 군정 시절 실종되거나 숨진 채 발견된 비센테 아텐시오, 카를로스 로르카, 루이스 가스통 로보스 등 당시 의원 3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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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서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당시 군사 봉기를 '민족해방'이라고 옹호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칠레 하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와 현지 라디오 매체 비오비오칠레에 따르면 하원은 전날 본회의장에서 군정 시절 실종되거나 숨진 채 발견된 비센테 아텐시오, 카를로스 로르카, 루이스 가스통 로보스 등 당시 의원 3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했다.
집권당을 비롯한 좌파 계열 현직 의원들은 연설을 통해 당시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성토하며 "비슷한 역사가 결코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5명으로 이뤄진 칠레 하원에서 집권당 연합은 67명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우파 독립민주연합(UDI)의 세르히오 보바디야 의원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군부 쿠데타를 상징하는 배지를 상의 옷깃에 달고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배지에는 곡괭이 모양이 인쇄돼 있는데, 이는 피노체트 군부 정권 당시 주조했던 10페소 동전 뒷면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보바디야 의원은 배지를 차게 된 경위와 관련, 현지 언론에 "(쿠데타 발생일인) 1973년 9월 11일은 잠재적으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공산주의 정권으로부터 해방된 날"이라며 "민족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칠레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완전히 없애는 잔혹한 (공산주의) 독재 정부가 수립될 뻔했다"며 "(쿠데타는) 이를 막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73년 쿠데타를 이끈 피노체트는 민주 선거를 거쳐 첫 사회주의 정부를 탄생시킨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 전 대통령을 끌어 내린 뒤 1990년까지 17년간 집권했다.
이 기간 칠레에서는 반체제 인사 등 3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고문 등 인권탄압도 만연했다. 사망·실종자 중에는 로르카 당시 의원처럼 지금까지 유해나 행방을 찾지 못한 사례도 허다하다.
다만, 이 시기 칠레는 일각에서 '칠레의 기적'이라고 칭할 정도의 유례 없는 경제 발전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향수를 지닌 이들도 현지엔 적지 않다.
라테르세라를 비롯한 칠레 언론은 '쿠데타 당위론'이 우파 정치인과 그 지지자 사이에서 최근 수년 새 힘을 얻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권 연합인 민주혁명당(RD)의 호르헤 브리토 의원은 보바디야 의원을 성토하며 "쿠데타를 감싸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고 비오비오칠레는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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