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카카오 픽했던 오일머니…다음 투자는 어디에
8일 연기금·운용사 설명회
넥슨재팬·엔씨·카카오 이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나서
한국 국부펀드 KIC도
사우디 부동산 시장 주목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SBC는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PIF 투자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한다. 오찬을 겸해서 진행되는 이번 미팅에는 한국 기관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두루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드테이블엔 PIF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투자 전략과 최근 동향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한국 투자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계획이다.
1971년 설립된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다. PIF에 따르면 운용 자산(AUM)은 7000억달러(933조원) 이상이며, 직간접적으로 56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2030년까지 AUM 2조달러(2667조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미래 석유 자원 고갈을 대비하고 경제 다각화를 도모하는 ‘비전 2030’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알루마이얀 PIF 총재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방한한 뒤, 1년 4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을 만큼 한국 투자 생태계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PIF가 한국 금융 기관 다수를 대상으로 미팅을 개최하는 것은 장기적 협력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간 PIF는 넥슨의 일본 상장사 넥슨재팬에 누적 2조원 이상, 엔씨소프트에 1조원 이상,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원을 투자하며 주목받았다. 향후엔 개별 투자 건을 직접 검토하는 것을 넘어 유망한 한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에 출자함으로써 보다 속도감 있게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PIF는 ‘비전 2030’에 한국 자본과 산업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는 10~1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부동산 기관투자자 포럼’이 대표 사례다. 이 포럼은 사우디 정부 후원의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행사 중 하나로, 한국 주요 연기금과 부동산 투자운용사, PEF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급이 참석할 예정이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행사 방문 예상 인원은 18만명으로, 한국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콘퍼런스 공식 참석을 요청받은 건 처음이다.
사우디가 한국 금융계와 협력을 추진하는 건 한국이 정보기술(IT), 친환경발전, 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신산업 영역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산업 의존도를 떨어뜨리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사우디 입장에서 IT 강국을 표방하는 한국만큼 적절한 투자 파트너가 없다는 해석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게임 개발사 인수와 이스포츠 육성 등에 총 1420억리얄(5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관련 산업이 발달한 한국을 주요 투자처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PIF가 만든 새비 게이밍 그룹 자회사 나인66는 위메이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들어 한국 증권 시장에선 주로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 실제 한국 투자를 얼마나 확대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증권 매매 동향에 따르면 사우디 국적 투자자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월, 5월을 제외하곤,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순매도 총액은 1조3070억원에 달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의 일부 산업을 유망하게 보지만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모양”이라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선 한국 시장의 안정성을 더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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